[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생활가전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 기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개인 맞춤형 가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침체된 가전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이 가전에서 인공지능 기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2일 특허청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과 가전을 포괄하는 ‘AI 허브’상표와 가전 품목별 상표를 대거 출원하는 작업을 추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으로 세탁기와 건조기를 대상으로 한 ‘비스포크 콤보 AI’, 냉장고와 관련된 ‘AI 비전 인사이드’, 인공지능 기반의 조리법 추천 응용 소프트웨어 ‘쿠킹 허브’ 등을 출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인공지능 기능을 생활가전 시장에 빠르게 도입하는 것은 실적 개선의 모멘텀으로 ‘생성형 AI’의 성장흐름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읽힌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는 2022년 세탁기 강화유리 파열에 따른 품질문제에 더해 2023년 실적 부진에 빠지면서 위기를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통상 생활가전사업부 매출과 영업이익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와 합쳐서 공개하지만 최근 콘퍼런스콜 내용과 증권업계 추정으로 비춰볼 때 생활가전사업이 정체에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합산 매출은 올해 58조1천억 원으로 지난해 60조6천억 원과 비교해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바라봤다.
한 부회장은 DX부문 아래 사업부 가운데 MX사업부를 제외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와 생활가전사업부장을 모두 겸임하고 있어 부담이 크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 연말 임원인사에서 용석우 사장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으로 새로 임명해 한 부회장이 생활가전사업에 더욱 신경쓸 수 있도록 하는 경영구조를 짰다.
한 부회장은 생활가전 위기를 타개할 키워드로서 스마트폰사업과 마찬가지로 ‘생성형 AI’ 카드를 뽑아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한 부회장의 지휘 아래 그동안 생활가전의 인공지능 기능 고도화에 힘써왔다.
삼성전자는 2016년 가전업계 최초로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냉장고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선보인 뒤 꾸준히 인공지능 가전 기술력을 높여오고 있다. 올해에도 스틱청소기와 식기세척기, 오븐 등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전체 AI 가전은 모두 15종 이상에 달한다.
▲ 삼성전자 모델이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다양한 비스포크 가전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특히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하기 위해 개인 맞춤형 기능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음성인식(보이스)와 카메라(비전), 디스플레이 등 3가지 영역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한 개인 맞춤형 제품 생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예컨대 냉장고 사용자가 ‘오늘 비가 오니 날씨에 맞는 음식을 추천해줘’라고 하면 해당 날씨에 사람들이 자주 소비하는 파전과 같은 음식을 디스플레이에 추천해주는 일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기존 빅스비와 같은 인공지능이 예전 대화를 기억하지 못했다면 생성형 AI는 대화를 기억해 ‘맥락’을 이해할 수 있어 개인에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공지능이 강화된 다른 예로는 사용자가 일일이 모드를 변경하지 않더라도 집안의 청소환경을 감지해 인공지능이 압력과 브러시의 부하를 감지하고 최적의 흡입력을 보여주는 청소기 제품을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생활가전에 특화된 칩셋을 개발해 내년 상용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미영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올해 9월 독일에서 열린 가전 박람회 ‘IFA2023’에서 “소비자들에게 더 강화된 상호작용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적화된 저전력 칩셋과 생성형 AI접목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더욱 고도화된 생성형 인공지능을 탑재한 생활가전을 통해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부회장은 내년초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2024에서 ‘모두를 위한 AI 일상 속 똑똑한 초연결 경험’을 주제로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전략을 발표한다.
한 부회장은 올해 10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전 2023’ 환영사에서도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세상을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며 “전자산업은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발빠르게 적응해 새 기회 창출의 발판을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