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SMIC 이어 HLMC 파운드리 '다크호스'로 키운다, 정부 10억 달러 지원

▲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HLMC가 정부 펀드에서 10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지원받았다. 중국 HLMC 사옥 전경. < HLMC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HLMC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며 10나노 미만 첨단 파운드리 기술 확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SMIC가 미국 정부 규제에도 7나노 미세공정 상용화에 성공하자 자신감을 얻고 시스템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8일 대만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반도체 지원 펀드를 통해 HLMC에 10억 달러(약 1조3천억 원)의 자금을 제공했다.

해당 자금은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투자에 활용된다.

HLMC는 중국 파운드리 시장에서 SMIC에 이어 2위 업체로 자리잡고 있는 화훙반도체의 자회사다. 반도체 시장에서 인지도는 다소 낮은 편이다.

디지타임스는 HLMC가 공식적으로 22나노 및 28나노 등 구형 파운드리 공정을 전문으로 하고 있지만 2020년부터 자체적으로 14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기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론적으로 현재 보유한 장비를 활용해 10나노 미만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잠재력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SMIC가 최근 화웨이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HLMC도 파운드리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HLMC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결정한 것도 이러한 잠재력을 고려한 결과로 분석된다.

미국은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최신식 군사무기와 인공지능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10나노 미만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제조할 수 없도록 막기 위해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했다.

EUV(극자외선) 등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중국으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SMIC는 최근 구형 장비로 7나노 파운드리 상용화에 성공하며 미국 정부의 규제 영향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 정부가 미국 규제에 맞서 첨단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성과에 자신감을 찾고 HLMC를 제2의 SMIC로 키우려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IT전문지 톰스하드웨어는 “중국이 HLMC를 SMIC와 같은 메이저 반도체기업으로 키워내겠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HLMC 모회사인 화훙반도체가 비상장 회사인 만큼 반도체 기술 발전 상황 등을 상세히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점도 중국 정부 지원을 받기 유리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HLMC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경계하더라도 이를 직접적으로 규제할 만한 근거나 명분을 확보하기 비교적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톰스하드웨어는 “HLMC의 기술 개발 상황과 계획은 대중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다”고 전했다.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진정한 다크호스로 떠오를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다만 SMIC와 마찬가지로 HLMC도 구형 장비를 활용해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해야 하는 만큼 원가 경쟁력과 효율성은 삼성전자나 TSMC보다 크게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