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스웨덴 파업에 소송, 퍼져나간 '노조 싹' 자를 수 있을까

▲ 스웨덴 금속노조원들이 15일 테슬라의 부품회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플랭카드에는 스웨덴어로 '우리는 단체협약을 요구한다'고 적혀있다. <스웨덴 금속노조>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스웨덴 우편 노동자들의 파업이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법원에 소를 제기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스웨덴에서 일어나고 있는 테슬라 관련 파업이 인접국가로 퍼질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테슬라의 생산공장이 위치한 독일에서는 테슬라 사내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도 포착된 적이 있어 ‘무노조 경영’의 테슬라는 강경한 대응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8일 로이터에 따르면 스웨덴의 노르쾨핑(Norrköping) 지방 법원은 우편 노동자들에게 7일 안으로 테슬라의 부품 배송을 재개하라는 임시 판결을 내렸다. 

판결에는 "배송을 하지 않으면 1백만 스웨덴 크로나(약 1억2408만 원)의 벌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는 우편회사인 포스트노드 소속 노동자들이 신차 번호판을 포함한 테슬라 차량 부품을 배송하지 않는 방식으로 파업에 돌입하자 테슬라가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판결이었다.  

테슬라에 소속된 변호사 요하네스 에릭슨은 현지언론 애프톤블라뎃과 인터뷰를 통해 “일단 테슬라의 주장을 지지하는 결정이 내려진 것은 맞다”고 말했다. 

스웨덴 우편 노동자들은 11월20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테슬라의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금속노조(IF METALL) 소속 130여 명의 정비공들이 파업을 하자 여기에 동참했다. 

테슬라가 우편 노동자들의 파업에 일주일만에 법적 대응 나선 것은 사태 확산을 막겠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머스크 CEO는 파업 관련 소식에 ‘이건 미친 일’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판결에도 불구하고 파업 사태가 쉬이 그치지 않으리라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테슬라의 소송과 법원 판결을 두고 오히려 스웨덴 노조측이 자신들에 유리한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스웨덴 파업에 소송, 퍼져나간 '노조 싹' 자를 수 있을까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22년 3월22일 독일 그륀하이데에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 개소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 28일자 보도에 따르면 우편 노동자들이 속한 스웨덴 서비스 및 통신직원 연합(SEKO)은 이번 소송과 관련 “테슬라가 우리의 동조 파업(sympathy action)을 피할 수 없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스웨덴 노동자들은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직종에서 파업이 일어났을 때 동참할 수 있는 권리를 헌법을 통해 보장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편 노동자들의 파업을 막는다고 해서 테슬라가 다른 산업에서까지 파업을 모두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테슬라가 반응을 보였으니 스웨덴 노조측의 최종 목표인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다른 직역의 노동자들도 파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스웨덴의 항구에서 차량을 싣고 내리는 노동자들을 포함 다양한 산업의 노동자들이 테슬라를 상대로 한 작업을 거부하고 있다. 

테슬라에 더 큰 문제는 유럽 전역으로 파업이 번지는 일이다. 

현지시각으로 23일 영국 가디언은 스웨덴과 국경을 맞댄 노르웨이의 노동조합 펠레스포분데트(Fellesförbundet)의 입장을 전했다. 스웨덴 노동자들의 파업에 동참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독일에 위치한 테슬라 생산공장 ‘기가팩토리’에도 스웨덴의 파업 여파가 미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모델Y 차량용 알루미늄 부품을 만들어 독일에 납품하는 스웨덴 기업 노동자들 또한 파업에 나선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자 보도에서 스웨덴 파업과 별개로 독일의 테슬라 생산공장에서 자체 노조를 조직하려는 움직임을 전한 바 있다. 

테슬라 자체 노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더크 슐츠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테슬라는 여름휴가나 성탄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는다”며 “독일의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런 사항을 노조와 계약에 근거해 보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스웨덴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성과를 거둔다면 독일 노동자들까지 힘을 얻어 최초로 테슬라 노조를 결성할 수도 있다.

현재 증설 중인 독일 공장은 최대 1만2천여 명의 노동자를 고용할 예정이라 테슬라의 사업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결국 테슬라가 스웨덴에서 빠르게 법적 대응을 한 이유는 파업이 다른 국가, 특히 독일로 번져 테슬라 내부 노동조합이 결성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테슬라는 미국 버팔로 공장에서도 노조 결성 움직임을 보이는 직원들 수십 명을 해고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겪고 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