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네이버가 게임 스트리밍 분야로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쿠팡이 국내 스포츠 중계를 독점하면서 대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국내 게임 스트리밍 업계를 장악한 트위치가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점이 네이버의 게임 스트리밍 사업 진출에 기회가 되고 있다.
 
쿠팡에 야구·축구 중계 밀리는 네이버, e스포츠로 트래픽 공백 메운다

▲ 네이버가 스포츠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영상콘텐츠 중심으로 공을 들이고 있다. <네이버스포츠 홈페이지 갈무리>


27일 IT업계 따르면 네이버가 연말부터 새로운 게임스트리밍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다. 이미 각종 게임커뮤니티에서는 네이버와 스트리머 전속계약을 염두에 두고 서비스를 일부 시연해 본 후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네이버는 줄어드는 스포츠 콘텐츠 트래픽을 메우기 위해 e스포츠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2023년부터 국내 축구리그(K리그)를 디지털 독점 중계하고 있다. 2024년부터는 국내 야구리그(KBO리그)를 모바일 독점중계할 것이 유력시된다. 이 경우 네이버가 스포츠 콘텐츠를 통해 포털로 유입되는 트래픽을 확보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스포츠 콘텐츠는 이용자를 서비스로 유인하고 상주시키는 콘텐츠로서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 특히 네이버는 매출의 약 50%를 이용자 유입을 통한 광고 매출에서 얻는다는 점에서 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네이버는 중계권 확보 불발에 따른 트래픽 공백을 메우기 위해 e스포츠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최근 e스포츠의 인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11월 한국에서 개최된 e스포츠 경기인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은 매 경기 수백만 명의 시청자를 불러모았다. 준결승은 431만 명(중국 제외), 결승전은 640만 명의 시청자를 불러모았다.

하지만 기존 중계서비스로는 e스포츠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하기 힘들다는게 네이버의 고민이었다.

한 예로 e스포츠에서는 공식 중계보다 전 프로게이머나 인기 스트리머가 시청자와 소통하며 진행하는 방송이 더 많은 시청자를 기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는 현재 네이버스포츠의 서비스방식로는 구현할 수 없는 서비스 형태다.
 
쿠팡에 야구·축구 중계 밀리는 네이버, e스포츠로 트래픽 공백 메운다

▲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 2023 결승전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640만 명의 시청자가 몰렸다. < T1 공식홈페이지 갈무리 >


네이버는 이에 게임스트리밍 서비스를 신규 출시해 스트리머와 이용자들이 상주하는 커뮤니티로 만들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게임스트리밍 업계는 아프리카TV와 아마존의 트위치가 양분하고 있다. 그런데 망사용료 이슈 등으로 인해 트위치가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트위치는 2022년부터 한국 서비스를 대상으로 해상도를 1080p에서 720p로 낮추고 다시보기(VOD)를 중단하는 식으로 트래픽 발생을 조절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 지점을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기존 트위치가 제공해온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면 기존 시장을 파고드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네이버는 업계 최상급인 1080p 화질을 제공하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비공개 시연 등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종합해보면 실시간 채팅, VOD 등 과거 트위치가 제공해온 주요기능을 네이버 역시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스포츠중계를 통해 대규모 트래픽과 실시간 채팅을 관리해본 경험이 있는 만큼 서비스품질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또한 이 서비스가 네이버의 자체 구독서비스인 '네이버플러스'에 포함되고 결제서비스인 '네이버페이'와 연동될 수 있다면 서비스 사이 시너지도 가능하다.
 
쿠팡에 야구·축구 중계 밀리는 네이버, e스포츠로 트래픽 공백 메운다

▲ 트위치는 대표적인 게임스트리밍 플랫폼이다. 2022년부터 해상도를 720p로 낮추고 다시보기(VOD)를 중단하면서 사업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트위치 홈페이지 갈무리>


관련업계 화두인 망사용료 문제는 아프리카TV와 같은 'P2P 그리드컴퓨팅' 기술을 적용해 풀어갈 것으로 보인다.

P2P 그리드컴퓨팅 기술을 적용하면 이용자들이 데이터를 기업에서 한번에 전송받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전송받은 뒤 다른 이용자들로부터 나머지 데이터를 공유받는 식으로 망사용료를 절감할 수 있다.

트위치가 한국 서비스를 축소한 이유도 망사용료 때문이라는 시선이 많다. 트위치는 2021년까지 한국 통신사에 연간 500억 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해온 반면 아프리카TV는 통신사에 연간 150억 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자에게는 불편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네이버는 이미 축구와 야구의 고화질중계를 하면서 P2P 그리드컴퓨팅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안내하는 방식으로 이용자를 유치해본 경험도 가지고 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