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스웨덴 금속노조 협의회에 모인 노조원들. 이날 협의회에서는 테슬라를 상대로 파업하고 있는 다른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의견이 나왔다. <스웨덴 금속노조> |
[비즈니스포스트] ‘무노조 경영’ 테슬라를 상대로 한 스웨덴 노동자들의 파업이 다른 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비스센터 정비공들이 시작한 파업에 항구 노동자들과 우편배달부가 동참했다. 청소부와 자동차 도장공들도 테슬라와 관련한 작업을 거부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테슬라 스웨덴 사업장의 파업이 독일을 포함한 유럽 전역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담은 기고문을 실었다.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 또한 다음 타깃으로 테슬라를 꼽아 미국 사업장에서도 노조 결성 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지는 스웨덴 마르틴 게린 기자의 기고를 통해 테슬라가 스웨덴에서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마르틴 게린은 스웨덴 일간지 다겐스 뉘헤테르에 소속된 기자다.
노조가 테슬라에 요구하는 단체협약, 즉 노조와 기업이 노동조건을 직접 협상하는 모델이 스웨덴 경제의 기본 원칙이라 테슬라가 따라야 한다는 이유가 제시됐다.
마르틴 게린은 “스웨덴의 단체협약 모델은 상대적으로 노조에 비판적인 정권이 들어서도 바뀌지 않았다”며 “핀테크 기업 클라나도 수 년 동안 단체협약을 거부해왔지만 결국 노조가 승리하며 직원들과 합의해야 했다”고 가디언을 통해 전했다.
클라나는 유럽 최고의 핀테크 기업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테슬라 또한 스웨덴 노조의 요구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하는 보도다.
테슬라에게 단체협약을 요구하는 파업은 서비스 센터에서 일하는 130여 명의 수리공을 시작으로 스웨덴의 각종 산업 분야로 번지고 있다.
이번 스웨덴에서의 파업이 도화선이 돼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테슬라를 상대로 스웨덴에서 시작된 파업이 독일 등 유럽 전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독일 브란덴부르크주 그륀하이데에 위치한 테슬라 기가팩토리에서 한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테슬라> |
특히 테슬라의 전기차와 배터리셀 생산 공장이 위치한 독일에서는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테슬라 내부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스웨덴에서 파업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테슬라 자체 노동조합을 결성하지는 않았다. 운송조합이나 우편조합 등 외부 노조에 기반해서 테슬라를 상대로 작업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독일 금속노조가 테슬라 노동조합을 만든다면 테슬라의 ‘무노조 경영’ 방침이 독일에서부터 깨지는 셈이다.
마르틴 게린 기자는 기고문을 통해 “스웨덴의 이번 파업은 유럽과 미국 전역의 노동자들에게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고문에 유럽뿐 아니라 미국이 등장한 이유는 미국 최대 자동차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목표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파업으로 성과를 거둔 전미자동차노조가 테슬라와 같은 무노조 기업에 노동조합을 설립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다.
현지시각으로 21일 미국 AP통신은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 숀 페인과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며 “그의 다음 최우선 목표는 테슬라에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미자동차노조의 파업 효과는 최근 미국 빅3(포드·GM·스텔란티스)를 상대로 거둔 성과와 그 파급효과를 통해 어느 정도 증명됐다는 평가다.
전미자동차노조는 미국에서 9월부터 2달여 동안 파업을 통해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기업들로부터 약속받았다.
이후 노조가 없던 미국 자동차 공장들에도 노조 결성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 전역으로 테슬라 노조 설립 움직임이 퍼지면 테슬라의 미국 노동자들도 노조를 결성하라는 여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테슬라가 노동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보상하면서 노동자 다수는 여기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노조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졌으며 노동조합 결성 움직임에 꾸준히 반대해왔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