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의 통합 쇼핑 행사 이름이 1년 만에 바뀌었다.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 이 행사를 처음 기획하며 ‘롯키데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올해는 ‘롯데레드페스티벌’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롯데 통합 쇼핑행사 '롯키데이', '롯데레드페스티벌'로 이름 바꾼 이유는

▲ 롯데그룹 유통군이 계열사 통합 쇼핑 행사의 이름을 1년 만에 바꿨다. 사진은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단순한 할인 행사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는 것이 롯데그룹 유통군의 설명인데 경쟁사의 대표 할인행사를 의식했다는 시선도 적지 있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월2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의 통합 쇼핑 행사 이름이 올해 ‘롯데레드페스티벌’로 정해진 것을 놓고 이례적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롯데레드페스티벌의 전신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열린 롯키데이다. 롯데와 행운을 뜻하는 ‘럭키’의 합성어로 롯데의 유통 계열사들과 함께 행운이 가득한 쇼핑 축제를 즐기자는 뜻을 담았다고 롯데그룹 유통군은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쇼핑 행사 ‘쓱데이’나 G마켓의 ‘빅스마일데이’처럼 브랜드를 대표하는 행사가 없었던 롯데그룹이 대대적으로 준비한 첫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았던 프로젝트였다.

김상현 부회장이 직접 롯키데이의 준비 상황을 챙겼을 정도로 유통 계열사들이 역량을 총동원해 내놓은 프로젝트로도 잘 알려져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업무 혁신 전략을 발표하며 “협업을 통해 공동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전 계열사가 힘을 합쳐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온오프라인 계열사를 아우르는 롯키데이였다.

비록 지난해 첫 행사는 이태원 참사의 영향으로 홍보를 대대적으로 축소할 수밖에 없었지만 올해 4월에도 이 행사를 롯키데이라는 이름으로 열며 프로젝트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롯키데이를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의 통합 쇼핑 행사 ‘쓱데이’의 성공에 대응하기 위한 김 부회장의 전략으로 읽는 시각도 많았다.

이런 흐름을 살펴볼 때 이제 막 3회차를 맞이한 행사의 이름이 갑자기 롯데레드페스티벌로 바뀐 것은 다소 뜻밖의 일로 여겨진다.

롯데그룹 유통군HQ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통합 행사의 취지를 폭넓게 살리자는 차원에서 이름 변경이 추진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관계자는 “행사 이름에 ‘데이’를 붙이면 무료멤버십인 ‘엘포인트’ 관련 혜택 홍보 효과가 사라지고 ‘할인 행사’라는 점만 강조될 수 있다는 내부적 논의가 있었다”며 “행사 자체를 일종의 대형 마케팅 플랫폼화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행사 성격을 넓게 아우르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을 상징하는 색상 ‘빨강(레드)’에다 ‘축제’의 영어 단어 ‘페스티벌’을 결합해 ‘전국민이 롯데 유통 계열사와 함께하는 쇼핑 축제’라는 의미를 담음과 동시에 단순한 할인행사를 벗어나 고객들에게 쇼핑의 즐거움을 더 크게 제공하겠다는 취지를 살렸다는 것이 롯데그룹 유통군의 설명이다.

실제로 롯데그룹 유통군이 롯데레드페스티벌 행사와 관련해 보낸 보도자료의 상당수는 엘포인트 혜택을 부각하는데 집중돼 있다.

과거에는 행사의 부가 요소 가운데 하나가 엘포인트 적립 혜택이었다면 이번에는 엘포인트 적립 10배 확대 등을 행사의 중요 내용으로 내세운 모양새다.

지난해만 해도 롯데그룹 유통군이 행사의 홍보 캐릭터로 롯데홈쇼핑의 자체 캐릭터 ‘벨리곰’을 내세웠다는 것을 강조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분위기는 이와 많이 다르다.
 
롯데 통합 쇼핑행사 '롯키데이', '롯데레드페스티벌'로 이름 바꾼 이유는

▲ 롯키데이를 전신으로 한 롯데레드페스티벌 홍보 포스터. <롯데그룹 유통군>


경쟁사를 의식해 이름 변경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각인돼 있는 유통 대기업의 쇼핑 행사로는 ‘빅스마일데이’와 ‘쓱데이’ 등이 있다. G마켓은 빅스마일데이를 2017년부터, 신세계그룹은 쓱데이를 2019년부터 열었다.

롯데그룹 유통군의 쇼핑 행사가 이들보다 늦은 셈인데 이들과 비슷한 작명을 해서는 자칫 경쟁사의 아이디어를 모방했다는 의심을 받기 쉽다.

차별화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데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김 부회장이 신세계그룹과 다른 롯데그룹만의 혜택을 강조하는 쪽으로 초점을 이동해 롯키데이라는 이름을 1년 만에 과감히 포기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롯데그룹 유통군이 이번에 강조한 엘포인트는 롯데그룹 계열사 30여 곳뿐 아니라 금융과 교통, 여행 등 여러 분야의 제휴사 210여 곳, 제휴 가맹점 약 15만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엘포인트 회원 가입만 하면 연회비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멤버십인 신세계유니버스클럽에 가입하려면 연회비 3만 원을 내야 하는 것과 분명하게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