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고부가선으로 '빅3' 중 수익 최고, 정진택 일감 많아 격차 벌린다

▲ 삼성중공업이 고부가가치 LNG운반선 일감에 힘입어 빅3 중 3분기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이 고부가가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매출에 힘입어 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가운데 가장 맣은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수주한 고가 선박 건조에 일회성 이익이 더해져 비수기임에도 호실적을 냈는데 잠재 수주물량도 경쟁사보다 많아 수익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는 흐름을 기대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29일 증권업계 안팎의 의견을 종합하면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 빅3 가운데 실적 측면에서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255억 원, 영업이익 758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44.7% 늘었고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일단 삼성중공업은 영업이익 절대액수가 경쟁사인 HD한국조선해양(690억 원), 한화오션(741억 원)보다 많다.  

수익성도 좋은 편이다.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률은 3.74%로 HD한국조선해양(1.40%)보다 높고 한화오션(3.85%)에는 다소 못 미친다. 

다만 한화오션 영업이익에는 드릴십 중재 승소와 충당금 환입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반영돼 있는 만큼 일회성 요인을 제거한다면 수익성이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일회성 요인을 제거한 한화오션의 이익 규모는 61억 원 정도다. 

삼성중공업 역시 일회성 요인(드릴십 매각에 다른 재고자산 평가이익 등)이 영업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이를 제거하더라도 이익이 538억 원에 이른다. 

삼성중공업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며 흑자기조에 안착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에 22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매 분기마다 이익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3분기에 막 흑자전환에 성공한 한화오션이나 2분기보다 이익 규모가 감소한 HD한국조선해양과 비교해 안정적 실적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이 실적 개선세의 가장 큰 이유로는 고가 선박인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매출 비중 증가가 꼽힌다.  

올해 3분기 매출에서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정도로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은 다른 종류의 선박보다 높은 가격인 만큼 건조 비중이 늘어날수록 매출 규모가 더 커지고 건조하는 조선사로서도 만들고 난 뒤 챙길 수 있는 이익도 크다. 

게다가 여러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을 함께 건조하게 되면 같은 선종을 반복 건조하는 데 따른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고 원가 절감 효과가 커져 외형과 수익성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셈이다. 

삼성중공업의 수주잔고는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27조7394억 원(토건 분야 49억 원 포함)에 이른다. 특히 다수의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일감을 확보하며 향후 이익기반을 단단히 다져놓은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6월 북미지역 선사로부터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2척을 6592억 원 규모에 수주했는데 해당 선박의 인도 예정 시기는 2028년이다. 5년 뒤 일감까지 쌓아둔 셈이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 이후 줄곧 연간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 2021년 삼성중공업의 사령탑을 맡은 정진택 사장으로서도 흑자 전환이 가장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었다. 정 사장 체제 아래에서도 삼성중공업은 2년 내내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 사장은 올해 1월 사내방송을 통해 전달한 신년 메시지에서 “다 함께 턴어라운드(실적 개선)를 반드시 실현해 자부심을 회복하는 한 해로 만들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정 사장으로서는 조선업황의 회복세와 그에 따른 고가 수주 물량 확보에 힘입어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무거운 책임을 완수하는 데 거의 다다랐다. 

여기에 다수의 잠재 수주물량도 예비돼 있어 삼성중공업이 추가 수주에서도 다른 경쟁사보다 좋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카타르에너지의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2차 발주 물량을 올해 안으로 따낼 공산이 크다. 

앞서 카타르에너지는 2020년 한국과 중국 조선사의 슬롯(건조공간)을 다량 예약한 뒤 2022년 1차 발주를 마무리했다. 1차 발주 물량 65척 가운데 54척은 한국 기업이 가져갔는데 삼성중공업은 18척을 수주했다. 

카타르에너지는 최근 HD한국조선해양과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17척 발주 계약을 완료했다. 순차적으로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한국·중국 조선사과도 발주 계약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도 10척 넘는 물량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측은 11월 중순 이후 늦어도 올해 안에 카타르에너지와 2차 계약에 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고부가선으로 '빅3' 중 수익 최고, 정진택 일감 많아 격차 벌린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삼성중공업은 내년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예상 수주량을 12척 가량으로 잡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모잠비크 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용 선박 건조계약을 통해 수주할 수 있는 8척은 반영돼 있지 않다. 

모잠비크 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는 로부마(Rovuma) 퇴적분지(해상) 1구역(Area1)에 매장된 천연가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준공 시 연간 1290만 톤 규모의 액화천연가스를 생산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삼성중공업은 2020년 12월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한 바 있다. 

현지 치안 문제로 발주 업무가 중단됐다 상황이 개선되며 올해 7월 말을 기한으로 최종 건조계약에 관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이번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발주가 다시 지연됐다. 

다만 해당 프로젝트용 선박 발주가 다시 본격화된다면 높아진 선박 시세를 반영해 수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020년 12월 건조 의향서를 체결할 당시의 계약선가는 척당 1억8천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현재 시세는 2억6천만 달러를 웃돌고 있다. 

현재 실적 개선세를 이끌고 있는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외에도 삼성중공업이 경쟁력을 지닌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수주 잠재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건조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건조된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 4척 모두 한국 조선사가 만들었는데 이 가운데 3척을 삼성중공업이 건조했다. 나머지 한 척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만들었다. 

삼성중공업은 2022년 12월 4번째로 FLNG를 수주했는데 수주 기준으로는 세계에서 발주된 FLNG 5척 가운데 4척의 일감을 삼성중공업이 손에 넣은 것이다.

수주 가능성이 높은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후보군들은 향후 선주사들의 상선 발주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삼성중공업의 실적을 뒷받침할 일감이 될 여지가 많다. 

삼성중공업 측은 3분기 실적설명회를 통해 FLNG 1기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에도 해양플랜트 2기를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보면서 연간 2기 건조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델핀 FLNG 1호기, 2호기와 시더(Cedar) FLNG 1기에 대한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며 기본설계(FEED)계약을 체결한 크시 리심스(Ksi Lisims) 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까지 고려하면 해양플랜트의 향후 수주 전망은 긍정적”이라며 “2026년 초부터는 2건의 해양플랜트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체계를 가동할 것”이라고 파악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상선과 해양플랜트 분야 모두에서 가시적 수주 일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2024년 수주 모멘텀도 우수하다”며 “수주, 외형, 마진 측면에서 모두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