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광주신세계 확장 사업, 정유경 광주시 요구에 ‘묘수’ 내놓을까

▲ 광주신세계 확장 사업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광주시의 요구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묘수’를 꺼내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광주광역시(광주시) 도시계획건축공동위원회가 ‘신세계백화점 확장·이전을 위한 지구단위계획안’에 대한 재심의를 결정하면서 광주신세계 확장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광주시는 도로시설물 도시계획시설 지정에 대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광주시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다른 묘수를 만들어 낼 지 주목된다.
 
16일 신세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광주시 도시계획건축공동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나온 요구 사항 때문에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다”며 “지금까지 광주시에서 언급이 없다가 이번 심의에서 나온 얘기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올해 9월 말에 신설 도로를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신세계측에 문의했다.

신세계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광주시는 이번 도시계획건축공동위원회(공동위원회)에서 도시계획시설 지정 입장을 공식화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국토계획법상 정해져 있는 사항이기 때문에 관계부서에서는 예전부터 나왔던 얘기”라며 “광주시로서는 민원사항을 우선적으로 살펴야 하는 입장도 있기 때문에 초반부터 불거졌던 특혜논란에 대해 더 꼼꼼히 짚고 가겠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국토계획법 제43조 제1항은 ‘지상에 기반시설을 설치하려면 그 시설의 종류·명칭·위치·규모 등을 미리 도시관리계획으로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광주시 도시계획건축공동위원회는 13일 ‘신세계백화점 확장·이전을 위한 지구단위계획안’에 대한 재심의를 결정했다.

공동위원회가 모두 7가지 사항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는데 신세계는 6가지 사항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신세계와 광주시 사이에 이견이 가장 큰 것은 도로시설물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겠다는 부분이다.

도로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되면 관리·소유권이 광주시로 넘어간다.

신세계는 백화점 주변 교통체증 완화를 위해 1~2개 차선을 추가로 설치하겠다는 계획안을 제출한 바 있다.

10월 초만 해도 공동위원회만 열리면 계획안이 무난히 통과될 것 같았지만 공동위원회가 제동을 걸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제동 걸린 광주신세계 확장 사업, 정유경 광주시 요구에 ‘묘수’ 내놓을까

▲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광주점 확장을 통한 ‘신세계아트앤컬처파크’를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아트앤컬처파크 조감도. <신세계>


광주시 요구에 대해 정 사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광주시는 국토계획법상 정해진 절차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파악됐다. 만약 다른 방안이 있다면 검토해 보겠지만 현재로서는 광주시가 먼저 다른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공동위원회가 열리기만을 기다렸던 신세계로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신세계가 신설 도로를 광주시에 넘기면 백화점 영업면적이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다. 건축설계부터 다시 해야한다.

신세계는 기존 도로 끝선부터 건축 시작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광주시는 신설 도로 끝선부터 건축을 시작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건축을 시작하느냐에 따라 부지면적이 약 2883㎡(872평) 차이가 난다. 전체 부지면적의 11%가 넘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업지역의 경우 전체 사업비의 10~15% 정도를 기부채납 하는 것이 보통인데 신세계가 기부채납 하기로 한 지하차도만 해도 전체 사업비의 15%가 넘는 400억 원 정도가 투입된다”며 “신설 도로까지 기부채납 하게 되면 지하차도까지 합쳐 7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신세계로서는 부담스러운 비용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민들은 시의 이번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소식이 전해진 뒤 광주신세계 종목 게시판과 관련 기사 댓글 등에는 ‘공동위원회는 뭐하길래 광주시민을 무시하냐’ ‘광주에 젊은 사람들 다 떠나고 있는데 제발 멀리 좀 봐라’ 등 비판하는 의견이 많이 올라왔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며 “하지만 시는 법에 따라서 절차를 진행할 뿐이라는 것이 현재 입장이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2015년에도 광주시에 대형 복합쇼핑몰과 호텔 조성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골목상권 보호 여론 등에 부딪혀 인허가를 받지 못하고 사업을 철회했다.

대형 복합쇼핑몰은 광주시로서도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다. 호남권에 아직 대형 복합쇼핑몰이 없어서다.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광주점 확장을 통한 ‘신세계아트앤컬처파크’를 추진하고 있다.

정 사장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센텀시티점, 대구점 등 지역 거점 백화점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