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RE100 의지 재확인에 TSMC 적극 호응, 한국 협력기업 뒤쳐질까 고민

▲ 팀 쿡 애플 CEO가 애플의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를 재확인했다. 사진은 9월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열린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에 아이폰15를 들고 있는 팀 쿡 CEO.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030년까지 ‘RE100(재생에너지 사용량 100%)’을 달성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대만 TSMC 또한 RE100 달성 목표 시기를 기존 2050년에서 2040년으로 10년 앞당겼다. 

애플의 한국 협력사들은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전환하는 시기가 고객사나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각) 미국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팀쿡 CEO는 “태양열이나 풍력, 수력과 같은 천연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제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친환경 이미지를 마케팅 측면에만 내세우는 ‘그린워싱’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팀쿡 CEO는 ‘애플은 그린워싱을 하지 않으며 애플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다른 이들이 따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애플은 자사 전자제품에 탑재하는 광물을 채굴하는 단계에서부터 제조와 배송, 재활용 등 모든 공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고자 한다. 

CBS에 따르면 애플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설치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 그리고 중국 및 싱가포르 등지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애플의 재생에너지 전환 목표에는 애플뿐 아니라 협력사들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이들이 따를 수 있었으면 한다는 팀쿡 CEO의 발언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애플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크리스티느 래스피는 CBS를 통해 “애플은 고객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모든 장치와 충전에 사용하는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도록 중점을 두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애플의 협력사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애플 RE100 의지 재확인에 TSMC 적극 호응, 한국 협력기업 뒤쳐질까 고민

▲ TSMC등 애플의 협력사도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6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반도체 박람회'에 참석한 류더인 TSMC 회장. 뒤편으로 '지속가능성을 강화하자'는 표어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애플의 협력사들 또한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플의 최대 협력사 가운데 하나인 TSMC도 15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RE100 목표 달성 시기를 기존 2050년에서 2040년으로 앞당긴다고 밝혔다. 

TSMC의 생산설비가 집중된 대만은 국토 면적이 좁아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기 여의치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섬나라라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외국에서 육로로 송전선을 연결해 재생에너지를 끌어다 쓰기도 어렵다.

대만이 재생에너지 사용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요소를 가지고 있음에도 TSMC는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 시기를 10년이나 당겨 잡은 것이다. 

TSMC의 결정에 애플의 영향력이 미쳤을 것이라는 짐작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반면 삼성전자와 LG화학 등 애플의 주요 한국 고객사는 RE100 달성 목표가 2050년이다. TSMC 등 다른 경쟁사들보다 목표연도가 10년 더 늦다. 

게다가 한국 정부도 RE100 대신 ‘CF100(무탄소에너지 사용 100%)’ 목표를 밀어붙이고 있다. 

CF100는 애플의 재생에너지 목표인 RE100에는 포함되지 않는 원자력에너지 등도 포함된다. 

이 탓에 기업이 RE100을 달성해서 경쟁력을 갖추는 작업을 한국 정부가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의 RE100 대응은 글로벌 추세에 크게 뒤떨어지진 않은 상태다.

각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삼성전자가 31%, TSMC가 9.8%로 삼성전자가 목표 달성에는 앞서고 있다.

팀쿡 애플 CEO는 CBS를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친환경 선택이 기업에게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