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업계 전기차 플랫폼 경쟁 치열, 차세대 주도권 확보도 잰걸음

▲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고유의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기차 판매 경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차세대 플랫폼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대표 전기차 모델은 물론 플래그십 모델까지 차례로 세상에 내놓으면서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글로벌 전기차 선두주자 테슬라 추격을 노리는 기존 완성차업체들은 저마다 고유의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치열한 판매 경쟁에 나서고 있는데 성능과 생산 효율을 한층 더 높인 차세대 플랫폼 개발에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자사 기술을 쏟아부은 전기차 전용플랫폼에 기반한 전용전기차로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테슬라는 2014년 테슬라 모델S에 바닥이 평평한 소위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처음 적용했다.

내연기관차는 엔진이 차지하는 부피가 큰 데다 바닥에는 구동축과 머플러가 지나가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운전석과 조수석을 나누며 뒷자석 가운데까지 불룩 튀어나온 센터터널이 구성된다.

반면 전기차는 엔진보다 부피가 작은 모터를 품고 내연기관차에 필수적인 변속기, 프로펠러 샤프트(후륜구동 및 4륜구동 한정), 배기가스 계통의 부품 등이 필요 없다.

이에 바닥이 평평한 전기차 전용플랫폼을 활용하면 대용량 배터리를 바닥에 깔아 주행거리를 늘리는 등 성능을 최적화하고 실내 공간을 더욱 넓게 쓸 수 있다.

불과 3년 전인 2020년까지만 해도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를 제외한 대부분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대부분 기존 내연기관차 플랫폼을 이용한 파생형 전기차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각 완성차업체들이 자사의 전용전기차 플랫폼을 마련하면서 이에 기반한 전용전기차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완성차업체 가운데 앞선 2020년 말 E-GMP(Electric Global Modular Platform) 전기차 플랫폼을 처음 공개했다. 이듬해인 2021년 브랜드 최초의 전용전기차인 현대차 아이오닉5를 출시한 데 이어 그해 기아 EV6와 제네시스 GV60을, 지난해 아이오닉6, 올해 EV9을 잇달아 내놨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E-GMP 플랫폼을 세상에 내놓은지 3년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 5종의 전용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내년 상반기엔 현대차가 플래그십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아이오닉7를, 기아는 올 11월 중국에서부터 준중형 SUV EV5를 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E-GMP는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최대 5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 또 세계 최초로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기술이 적용돼 350kW급 초급속 충전기로 약 18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또 별도의 어댑터 없이 50~100kW급 충전기로 충전할 수도 있다. 차량 외부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V2L' 기술도 탑재됐다.

현대차는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아이오닉5, EV6, 아이오닉6 등 전기차 모델로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을 석권한 바 있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현대차보다 한발 앞선 2018년 전용전기차 플랫폼 MEB(Modular Electric Drive Matrix)를 공개했다. 그 뒤 2020년 브랜드 첫 전용전기차 준중형 해치백 ID.3를 시작으로 2021년부터 준중형 SUV ID.4, 준대형 SUV ID.6, 준중형 SUV ID.5, 전기밴 ID.버즈를 차례로 출시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 전기차 플랫폼 경쟁 치열, 차세대 주도권 확보도 잰걸음

▲ 사진은 현대차그룹의 전용전기차 플랫폼 E-GMP. <현대차그룹>

최근 국내에 출시된 ID.4 기준1회 충전으로 최대 440km를 갈 수 있고 400V급 충전시스템을 기반으로 135kW의 급속 충전과 11kW의 완속 충전 시스템을 지원한다. 급속 충전 시 약 36분 만에 배터리를 5%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폭스바겐그룹의 고급브랜드 아우디와 포르쉐는 800V 충전시스템을 갖춘 J1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데 올해 출시를 앞둔 아우디 Q6 e-트론과 차세대 포르쉐 마칸에는 J1의 성능을 개선한 PPE플랫폼이 적용된다.

미국 자동차 판매 1위 업체인 GM은 현재 브랜드 3세대 전용전기차 플랫폼인 얼티엄 기반 전용전기차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GM은 1996년 세계 최초 대량생산 전기차 EV1을 출시한 바 있어 현재 볼트 EV에 적용된 전륜구동 전용 BEV2 플랫폼을 2세대 플랫폼이라 부른다.

GM은 지난해 출시한 고급브랜드 GMC 허머 EV와 캐딜락 리릭에 이어 쉐보레 브랜드에서도 최근 출시한 블레이저 EV를 시작으로 연내 이쿼녹스 EV, 콜로라도 EV 등 3종의 얼티엄 기반 전기차를 내놓는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QC를 시작으로 EQA, EQB 등 내연기관차 플랫폼에 기반한 전기차를 출시해오다 2021년부터 전용전기차 플랫폼 EVA(Electric Vehicle Architecture)를 활용한 EQS, EQE, EQS SUV, EQE SUV 등을 내놨다.

이밖에 글로벌 판매량 1위 브랜드 일본 토요타는 하이브리드차 중심 친환경차 전략을 펼쳐 최근에야 전기차 전용플랫폼 e-TNGA를 내놓고 지난해 첫 전용 전기차 bZ4X를, 올해 고급브랜드 렉서스 RZ를 출시했다.

전기차 전용플랫폼을 개발해 전기차 대중화 시대로 발걸음을 재촉해 온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현재 성능을 더욱 높인 차세대 플랫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을 목표로 승용 전용전기차 플랫폼 'eM'과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전용전기차플랫폼 'eS'를 개발하고 있다. 

eM 플랫폼은 표준 모듈을 적용해 E-GMP보다 공용 범위가 확장돼 모든 세그먼트에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된다. 주행가능거리(AER)는 아이오닉5와 비교해 50% 이상 개선될 것으로 현대차그룹은 보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MEB와 PPE를 통합한 차세대 플랫폼 SSP를 2026년에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에서 "SSP는 MEB 대비 투자 및 연구개발(R&D) 비용이 약 30% 절감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대부분의 전기차 모델은 기존 동력계 모델과 동일한 마진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2025년 MB.EA, AMG.EA, VAN.EA 등 3가지 전기차 전용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MB.EA는 중형부터 대형까지 아우르는 승용차에, AMG.EA는 고성능 브랜드 메르세데스-AMG에 적용된다. VAN.EA는 전기 밴과 경량 상용차를 위한 플랫폼이다. 허원석 기자
 
글로벌 자동차업계 전기차 플랫폼 경쟁 치열, 차세대 주도권 확보도 잰걸음

▲ 폴크스바겐그룹의 전용전기차 플랫폼 MEB. <폭스바겐그룹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