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구글의 차세대 스마트폰 ‘픽셀8’에 기존보다 개선된 패키징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초 '패키징 드림팀'을 꾸리며 미세공정 뿐만 아니라 패키징 기술에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는데 그 첫 성과물이 나오는 것이다. 이를 통해 TSMC와의 기술격차도 좁힐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패키징 투자 성과 임박, 경계현 TSMC와 기술격차 좁힌다

▲ 삼성전자가 10월에 출시되는 구글 스마트폰 '픽셀8' AP에 발열과 전성비가 개선된 새로운 패키징 기술을 적용한다. 사진은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패키징은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는 패키징 설비 확대에도 막대한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10월에 공개하는 차세대 스마트폰 ‘픽셀8’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텐서3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 공정으로 제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텐서3은 삼성전자 3나노 공정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아직 불안정한 3나노보다는 수율(완성품 비율)이 안정화된 4나노를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4나노 수율은 현재 75%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텐서3에는 기존 4나노 공정을 활용하면서 삼성전자의 새로운 패키징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텐서3에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패키징 기술을 처음으로 도입했는데 이는 칩을 인쇄회로기판(PCB)이 아닌 실리콘 웨이퍼에 직접 장착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방식은 패키징 기판이 따로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칩을 가볍고 얇게 만들 수 있어 스마트폰에 주로 활용된다.

게다가 기존 패키징온패키징(PoP) 방식보다 전성비(전력대비성능)가 우수하고 열이 닿는 면적이 늘어나 방열 성능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 파운드리를 담당한 엑시노스2200과 스냅드래곤8 1세대에서 모두 발열문제로 지적을 받았는데 새로운 패키징 기술로 이러한 문제를 상당부분 개선했을 것으로 기대된다.

텐서3에서 새로운 패키징의 성능이 입증된다면 삼성전자가 2024년에 출시할 엑시노스2400에도 같은 패키징 기술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2022년 4나노 공정에서 대만 TSMC에 밀렸던 것은 미세공정 기술력 차이보다는 패키징 기술력 차이가 더 컸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TSMC는 이미 2016년 ‘FO-WLP’ 기술을 최초로 상용화해 애플 아이폰의 파운드리 물량을 독점하기 시작했는데 이와 같은 패키징 기술력 차이가 AP의 발열, 성능 격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최광성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실장은 올해 2월 초격차 반도체 포스트팹 발전전략 포럼에서 “TSMC의 첨단 패키징 기술이 한국보다 10년 앞서있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패키징 투자 성과 임박, 경계현 TSMC와 기술격차 좁힌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왼쪽에서 네 번째) 등과 함께 2023년 2월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그동안 소홀했던 패키징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말 TSP총괄 아래 ‘첨단 패키지팀’을 신설하며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에 방점을 찍은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TSP총괄은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패키지의 개발부터 양산, 테스트, 제품 출하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경 사장은 올해 3월 삼성전자 채용 포럼에서도 “여러 개 칩을 한 개처럼 동작하도록 하는 첨단 패키징 시대가 올 것”이라며 “삼성전자도 앞으로 이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세공정의 진전 못지않게 패키징 기술의 발전이 반도체 역량을 가르는 요인이 될 것이란 이야기다.

최근 공정 미세화를 통한 성능 향상이 거의 한계 수준에 이르자 반도체업계에서는 패키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1년 374억 달러(약 50조 원) 규모였던 첨단 패키징 시장은 2027년 650억 달러(약 86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는 패키징 설비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패키징 분야에만 약 20억 달러를 투자했고 올해 반도체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약 18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요코하마에도 300억 엔(약 2700억 원)을 들여 반도체패키징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올해 건설을 시작해 2025년부터 가동될 것으로 전망되며 투자금액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일본 정부로부터 보조금으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올해 2월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며 패키징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행보를 보여줬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수요 증가에 따른 경쟁사의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부족은 삼성전자에 기회”라며 “파운드리, 메모리, 첨단 패키징까지 모두 포함한 솔루션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삼성전자만이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