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웅섭 일동제약 대표가 본격적으로 3세경영을 시작했다.

윤 대표는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는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면 경영능력을 인정받게 된다.

◆ 일동제약 3세 윤웅섭, 경영권 승계 사실상 완료

9일 업계에 따르면 윤 대표는 일동제약 경영전면에 나서 제약사업뿐 아니라 다양한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체질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3세경영 윤웅섭, 일동제약 사업다각화로 경영능력 입증할까  
▲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
윤 대표는 윤용구 일동제약 창업주의 손자이자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의 장남이다. 사실상 일동제약의 경영권을 승계받으며 일동제약의 3세경영이 시작됐다.

윤 대표는 2013년부터 일동제약 공동대표를 맡고 있었는데 올해 8월 초 일동제약의 기업분할을 통해 단독으로 일동제약 대표에 올랐다.

일동제약은 그동안 경영권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지주사 전환과 경영권 승계가 지연됐다.

일동제약의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은 2009년부터 시작돼 지난해까지 이어져왔다. 개인투자자인 안희태씨 및 녹십자 등과 경영권 분쟁을 거쳤다.

윤원영 회장은 지난해 6월 일동제약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윤 대표에 대한 경영권 승계작업을 진행했다.

현재 일동제약의 지분은 윤 회장 6.42%, 윤 대표 1.63%, 씨엠제이씨 8.34%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오너일가가 31.67%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썬라이즈홀딩스가 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씨엠제이씨는 윤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설립한 개인회사다. 윤 회장은 지난해 윤 대표에게 씨엠제이씨의 지분 90%를 증여했다.

윤 대표와 씨엠제이씨가 보유한 일동제약 지분을 감안하면 윤 대표는 사실상 지분승계를 마친 셈이다.

◆ 윤웅섭, 본격적인 사업다각화 추진

윤 대표는 신약개발 등 제약사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약개발을 통한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실패 가능성이 다른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 3세인 윤 대표의 입장에서 이른 시일 내에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윤 대표가 성과를 단기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업추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히알루론산 제조와 관련한 특허기술과 생산시설을 바탕으로 올해 안에 필러 제품를 출시하고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서기로 했다.

히알루론산은 관절염치료제와 점안제, 안과수술보조제 등 의약품과 필러를 비롯한 성형재료 및 화장품 등에 사용되는 성분이다.

  3세경영 윤웅섭, 일동제약 사업다각화로 경영능력 입증할까  
▲ 일동제약이 내놓은 비타민음료 '아로골드D', '아로골드D 플러스'와 유산균 음료 '그녀는 프로다' 제품 이미지.
국내 필러시장의 규모는 1400억 원대인데 그 가운데 90%가 히알루론산 성분 제품이다.

일동제약은 음료시장에도 진출했다. 윤 대표는 음료 사업부문에서만 올해 매출 200억 원을 올리고 3년 이내에 매출 1천억 원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표브랜드인 비타민 복합제 ‘아로나민’을 활용해 아로골드D, 아로골드D 플러스 등 비타민 음료 2종과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음료 3종을 내놓았다.

일동제약은 독일 푸르이덴베르그의 청소용품 브랜드인 ‘바이레다’에 대한 국내 독점권 확보하고 생활용품 시장에도 진출했다.

◆ 사업다각화 전략, 약일까 독일까

윤 대표의 사업다각화 전략이 제약사의 본질인 신약개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약 산업의 핵심 가치는 신약 개발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신약 개발에 소홀한 제약회사는 장기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제약업계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광동제약은 사업다각화를 통해 성과를 거뒀지만 의약품 연구개발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매출 가운데 절반 이상을 생수와 음료사업에서 거뒀지만 연구개발비는 매출의 0.8%에 그쳤다.

윤 대표가 새로 추진하는 사업에서 성과를 낼지도 주목된다.

일동제약은 음료시장에서 기존 식품 유통회사들뿐 아니라 이미 시장에 진출한 제약회사들과 경쟁해야 한다. 많은 제약회사가 일동제약이 내놓은 비타민 음료나 유산균 음료와 유사한 제품을 이미 시장에 출시해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필러시장에서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 필러시장에는 100여 개의 필러제품이 출시됐다. 그 가운데 LG생명과학과 갈더마, 메디톡스, 휴메딕스 등이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히알루론산의 특허기술을 이용해 고품질의 필러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자체적인 생산시설을 바탕으로 기존 업체와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용품사업은 일동제약이 지닌 강점이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음료사업과 필러사업의 경우 기존 제약제품의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지만 생활용품은 유통망도 따로 만들어야 한다.

음료사업과 필러사업은 원료에 대한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제약사업과 연관성이 높지만 생활용품사업과 제약사업은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