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하반기 백화점 성장 전망을 놓고 증권업계 시선이 엇갈린다. 한화투자증권은 유통업종 차선호주로 현대백화점을 제시했다. NH투자증권은 백화점보다 면세점을 추천하며 투자유망종목으로 호텔신라를 제시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왼쪽)과 서울신라호텔.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하반기 백화점 성장 전망을 놓고 증권업계 시선이 엇갈린다.
경기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외국인 매출 비중 확대로 백화점 성장세가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전기 요금 인상 등 오프라인 유통매장에 부담을 줄 요인이 늘어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한화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백화점 성장률이 2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에는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유통업종 차선호주로 현대백화점을 제시하고 있다. 최선호주로는 호텔신라와 롯데쇼핑을 꼽았다.
같은 날 나온 NH투자증권 보고서는 백화점 기존점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NH투자증권은 하반기 유통업계 투자유망종목으로 호텔신라와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을 선정했다. 백화점보다는 면세점, 그 가운데서도 면세 매출 비중이 높은 호텔신라를 투자유망종목으로 제시한 것이다.
백화점업종 투자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는 이유를 살펴보면 양쪽 모두 일리가 있다.
백화점 성장세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에서 말하는 첫 번째 이유는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1월을 저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한국은행이 매달 조사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란 우리나라 가계부문의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등 모두 6개 주요 개별지수를 표준화해 합성한 것이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자들이 현재 경제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2022년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6.5를 기록했다. 그 이후 올해 2월에만 0.5 포인트 하락했을 뿐 2022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꾸준히 상승해 현재 소비자심리지수 98.0을 기록 중이다.
증권업계가 백화점업종 투자를 긍정적으로 보는 또다른 이유는 외국인 매출 비중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때 백화점 사업자들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2~3% 수준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유사하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1분기 외국인 매출 비중이 2019년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은 백화점업계에 고무적인 부분이다.
1분기 중국인 관광객 회복이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 수준에 불과함에도 백화점 외국인 매출이 2019년 수준까지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관광객의 회복세가 이어질수록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늘어날 것이고 기존점 성장률에 기여하는 기여분 역시 확대할 것이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외국인 관광객의 회복은 어찌보면 자명하다”고 바라봤다.
이 연구원의 전망은 법무부 통계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4월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우리나라로 입국한 외국인은 92만 명이다. 올해 3월보다 9.8%, 지난해 4월보다는 559.2%가 늘었다.
올해 3월과 비교해 중국인 입국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올해 4월 우리나라로 들어온 중국인은 3월보다 65.0%가 증가한 11만1천 명이다. 중국인 입국자 수가 10만 명을 넘은 것은 2020년 2월(11만6천 명) 이후 3년2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4월과 비교해서는 무려 2552.0%가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남에 따라 특히 현대백화점은 외국인들에게 중요한 관광지로 떠오른 서울 여의도의 더현대서울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하반기 백화점업종 투자에 부담을 안길 요인도 있다.
오프라인 채널들은 지난해 하반기 리오프닝 효과로 인해 양호한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 리오프닝 효과를 누렸다는 것은 올해 하반기 매출 성장에 있어서 지난해 기저가 높다는 얘기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지난해 기저 부담이 본격화될 것으로 바라봤다. 이를 상쇄할 만큼의 소비 경기 개선 신호가 확인되고 있지 않은 만큼 올해 하반기 백화점 기존점 성장률이 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 성장이 제한적인 가운데 전기요금을 비롯한 유틸리티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백화점업계에게는 부담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3차례 인상했고 올해 1분기에도 1kWH당 전기요금을 13.1원 인상했다.
대규모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들은 이에 따른 부담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들로 주 연구원은 백화점 수익성 추정에 있어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