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매장별 차별화 전략을 통한 고객 유치에 나선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전국에서 16개 백화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는 명품 더현대서울은 MZ 공략, 정지선 특화 전략 적극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매장별 차별화 전략을 통한 고객 유치에 나선다.


정지선 회장은 2021년 1월 ‘현대백화점그룹 비전2030’을 발표하며 백화점 고객들의 문화 소비패턴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겠다는 뜻을 보였다. 

정 회장은 백화점 주 고객의 문화소비패턴에 맞춰 매장별로 차별화된 공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디올 여성 전용 부티크’ 입점을 논의 중이다. 우리나라 16번째 디올 여성 전용 부티크로 국내 최대 규모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명품 특화 매장으로 만드는데 힘을 주고 있다.

지난해 10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는 경기권 최초로 에르메스 매장이 입점했다. 에르메스가 국내 마지막 출점한 이후 8년 만에 국내 최대 규모로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들어선 것이다.

에르메스는 매장을 출점하는 데 있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브랜드 가치 훼손을 막고자 국내 매장 수가 10곳이 넘지 않도록 하는 매장총량제를 운영할 정도다. 에르메스는 공항을 제외하고 서울에 8곳, 부산과 대구에 각각 1곳의 매장을 두고 있었다.

정 회장은 에르메스 국내 11번째 매장을 판교점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가운데 샤넬의 입점만 남았다. 루이비통 매장은 경기권 최대 규모로 들어서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샤넬의 입점도 현재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2층은 9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올해 3월 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관으로 탈바꿈했다.

해외 컨템포러리 브랜드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과 같은 기존 명품 브랜드보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디자인과 품질이 우수한 브랜드를 일컫는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난해 매출 1조4532억 원으로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 5위에 올랐다. 현대백화점 매장들 가운데 1위다.
 
현대백화점 판교는 명품 더현대서울은 MZ 공략, 정지선 특화 전략 적극

▲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난해 매출 1조4532억 원으로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 5위에 올랐다. 현대백화점 매장들 가운데 1위다.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명품 특화 매장 이미지를 발판삼아 빠른 시간 안에 매출 2조 원을 돌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국 백화점 가운데 지난해 매출 2조 원을 넘긴 곳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잠실점 두 곳 뿐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해 있다. 정보기술(IT)업계 고소득층이 모여있어 구매력 높은 소비자들이 많다.

정 회장이 명품 특화 매장으로 판교점을 점 찍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대백화점 가운데 정지선 회장이 판교점과는 다른 전략으로 운영 중인 곳이 있다. 바로 더현대서울이다.

더현대서울은 지난해 매출 9509억 원을 기록하며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백화점 매장 가운데서는 4번째 성적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오픈 이후 5년4개월 만에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백화점 최단 기간 매출 1조 원 달성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더현대서울은 개점 2년 만인 지난해 이미 1조 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해 올해는 판교점이 가지고 있는 타이틀을 곧 가져올 것이 확실시된다. 

더현대서울의 이런 성장은 ‘에루샤’ 매장 없이도 이룬 성과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더현대서울은 2021년 2월 오픈할 때부터 기존 백화점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고객들에게 새롭게 다가갔다.

정 회장은 업무지구라는 특성상 여의도에 고객을 모으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그룹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의도점을 현대백화점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플래그십 스토어’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루샤 매장은 입점 조건을 까다롭게 따진다. 업무지구라는 특성상 고객을 모으는 효과가 떨어진다면 에루샤 매장을 입점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정 회장은 명품 매장 유치 대신 MZ세대 유치에 눈을 돌렸다.

정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핫한 오프라인 매장들을 더현대서울에 입점시키며 2030세대들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인증샷 필수 매장으로 소문난 곳들이 더현대서울로 모였고 2030세대들도 모여들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올해 2월 더현대서울 2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누적 방문자 수 8000만 명 가운데 2030세대가 5200만 명으로 65%를 차지했다.

연령대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MZ세대 매출 비중은 55%로 더현대서울을 제외한 현대백화점 15개 점포에서의 MZ세대 매출 평균(24.8%)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정 회장은 공간 구성도 기존 백화점과 다른 방식을 택했다.

더현대서울 천장은 유리로 제작됐고 1층까지 건물 전체를 여는 기법으로 지어졌다. 천장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지하를 제외한 모든 층에 쏟아진다.

고객을 위한 휴식공간을 최대한 확보한 것도 특징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의 전체 영업면적 가운데 매장 면적을 절반만 확보했다. 나머지는 실내 조경이나 휴식, 전시 등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채웠다.
 
현대백화점 판교는 명품 더현대서울은 MZ 공략, 정지선 특화 전략 적극

▲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의 전체 영업면적 가운데 매장 면적을 절반만 확보했다. 나머지는 실내 조경이나 휴식, 전시 등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채웠다. <현대백화점그룹>


더현대서울은 ‘팝업스토어 성지’로 불릴만큼 인기 있는 팝업스토어들이 끊임없이 들어선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같은 매장들이 일정 정도 매출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더현대서울은 처음부터 고객들의 색다른 경험을 위해 마련된 매장이기 때문에 이런 콘셉트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훨씬 빠른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 매장들이 들어서 있는 지역 특색에 맞춘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정 회장의 각 매장별 차별화 전략이 현대백화점의 매출 증가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