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편결제서비스 '애플페이'가 21일부터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지만 이마트는 아직 도입을 결정하지 않았다. 이마트 성수점. <이마트> |
[비즈니스포스트] 간편결제서비스 '애플페이'가 21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프랜차이즈 매장 등 대형 가맹점들은 애플페이 출시에 맞춰 POS(포스·판매시점 정보관리 시스템)와 키오스크(무인단말기) 리더기 교체나 업데이트 작업에 분주하다.
먼저 CU, GS25, 이마트24,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업계는 애플페이 사용을 위한 준비를 대부분 마친 상태다.
대형마트의 경우 홈플러스는 서비스 시작일에 맞춰 모든 매장에서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하도록 준비를 끝냈고, 롯데마트는 3월 안에 모든 매장에서 결제가 가능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애플페이 사용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데 유독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는 곳들이 있다. 바로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이다.
국내에 애플페이가 도입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등에서도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애플페이 서비스 시작을 나흘 앞둔 현재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스타벅스 등은 애플페이 서비스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삼성페이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도 1년 4개월이 지난 뒤인 2016년 12월에야 삼성페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이처럼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이 간편결제서비스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2015년 7월 출시된 자사 간편결제서비스 '쓱페이' 때문이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쓱페이 활성화를 위해 다른 간편결제서비스의 도입을 최대한 미룬다는 것이다.
유통기업이 자사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고객들의 고유 거래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하지만 다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데이터 수집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다.
다만 이마트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쓱페이 때문에 애플페이 도입이 미뤄지는 상황은 아니다"며 "쓱페이는 신세계그룹 간편결제서비스일 뿐 비접촉 결제 방식의 애플페이의 시행에 있어서 고려 요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애플페이 도입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마트를 비롯한 신세계그룹 계열사들이 대열에 합류하지 않으면서 애플페이 도입 초기 국내에서 파급력이 예상보다 떨어질 수도 있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아이폰 이용자 가운데 애플페이 이용 의사가 있다고 답한 사람은 76.9%로 조사됐다. 삼성 갤럭시폰 이용자 중 50.3%가 삼성페이를 잘 이용하고 있다고 답한 것과 비교해 높은 수치다.
이용 의사를 밝힌 응답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 79.9%, 30대 77.9%, 40대 77.6%, 50~60대 61.7%로 나타나 모든 연령층에서 고루 애플페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다만 애플페이 이용 의사가 있다고 밝힌 사람들 가운데 절반가량(46.7%)은 사용처가 적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마트는 현재 전국에서 136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 매장 21개까지 더하면 모두 157개다.
이마트가 애플페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바로 NFC 단말기 문제다.
기존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로도 결제가 가능했던 삼성페이와 달리 애플페이는 새로운 NFC 단말기를 도입하거나 기존 NFC 단말기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전국 이마트 매장에는 이미 NFC 단말기가 설치돼 있지만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중계장치(동글)를 새로 설치해야만 한다.
이마트 점포마다 적게는 5개에서 많게는 10개 이상의 계산대가 있고 최근에는 셀프계산대까지 생겨 매장마다 평균 10대 이상의 결제 단말기가 배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NFC 단말기에 새로 설치해야 하는 네트워크 중계장치는 제조 가격이 대략 15만~18만 원가량이다. 이마트 전국 매장에 결제 단말기가 매장마다 10대씩 모두 1570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애플페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대략 2억4천만~2억8천만 원가량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 설치비용은 이보다 더 많이 들어갈 수도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NFC 단말기에 애플페이를 위한 동글을 설치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 것은 맞다"며 "당분간은 시장 분위기를 좀 더 지켜보면서 애플페이 도입을 재검토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매출 16조9020억 원, 영업이익 2589억 원을 냈다. 순이익은 1조507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대형마트업계 1위 기업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