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주요 노트북 제조업체들이 플래그십 모델에 17인치가 넘는 대화면을 잇달아 탑재하면서 폴더블(접는) 노트북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디스플레이 폼팩터(형태) 다양화에 힘을 주고 있었는데 폴더블 노트북용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 사업 확대에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폴더블 노트북의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폼팩터(형태) 변화로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던 삼성디스플레이가 수혜를 누릴 것으로 관측이 제기된다. 사진은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
1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폴더블 노트북이 점차 늘어나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 올레드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노트북 제조업체들은 올해 폴더블 노트북 제품을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은 2023년에 출시되는 폴더블 노트북이 7종이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에이수스(ASUS)가 17인치 폴더블 노트북 ‘젠북 17 폴드 OLED’를 선보인 데 이어 삼성전자도 폴더블 노트북 특허를 출원했다. 올해 폴더블 노트북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최주선 사장으로서는 폴더블 스마트폰에 이어 폴더블 올레드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최 사장은 2022년 9월 인텔 본사에서 열린 ‘2022 인텔 이노베이션’ 행사에 참여해 17인치 개인 컴퓨터용 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 시연을 직접할 정도로 폴더블 폼팩터 다각화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최 사장이 새로운 폴더블 폼팩터를 개발하는 것은 고부가 제품군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관계자는 “넓은 디스플레이 제품을 다룰수록 제조원가에 비해 판매 단가가 올라가 수익성이 개선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폴더블 올레드 디스플레이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스마트폰용 폴더블 디스플레이보다 노트북용 폴더블 디스플레이에서 더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IT기기용 올레드 패널 시장에서 세계 최강자라는 점도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확대하는데 유리한 요소로 꼽힌다.
폴더블 패널에는 LCD가 아니라 올레드 패널이 쓰인다. 얇고 유연해 폴더블 패널로 쉽게 가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가 2022년 12월1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출하한 노트북용 올레드가 지난해 세계 노트북용 올레드 출하량의 99%를 차지했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가 2022년 7월19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3년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올레드 생산능력은 기판면적 기준으로 152만 제곱미터로 추산된다.
폴더블 패널 라인 대부분은 스마트폰용으로 추정되지만 일부 생산라인을 다른 폼팩터 패널로 전환할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여겨진다.
폴더블 노트북은 태블릿 PC와 구분이 흐릿해지고 있는데 키보드가 달려 있다는 점에서 시장성이 충분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특허 출원한 폴더블 노트북은 커다란 폴더블 화면과 함께 키보드를 장착한 형태를 갖췄다.
키보드는 사무용으로서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태블릿 PC는 키보드가 없어 아무래도 사무용으로는 부적한 것으로 여겨진다.
대화면 노트북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폴더블 노트북의 시장성을 밝게 볼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세계 주요 노트북 기업들은 16인치와 17인치를 넘어 18인치, 심지어 그 이상의 크고 무거운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대형 노트북을 플래그십 모델로 출시하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23'에서 에이서(Acer), 레이저(Razer), 델(DELL)은 18인치 노트북을 공개했다. 세 회사 모두 같은 시리즈의 이전 모델보다 더 큰 화면을 채택했다.
노트북 제조업체들이 플래그십 모델로 큰 화면을 채택하는 데에는 기술적 이유가 있다.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세대를 거듭하면서 전력소비가 커졌기 때문이다. 전력소비량이 높으면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유리하지만 그만큼 발열량도 늘어난다.
지나치게 높은 발열량은 전자기기의 수명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노트북 제조업체들은 발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품을 설계하고 있다.
노트북은 크면 클수록 전력설계에 유리하다. 노트북 내부에 발열제어를 위한 냉각장치를 여러 개 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화면 노트북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크고 무거운 노트북은 뚜렷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노트북은 본질적으로 휴대성에 중점을 둔 개인용 컴퓨터다. 휴대성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태블릿 PC 등 다른 전자기기에 역할을 뺏기게 될 가능성이 있다.
에이서 프레데터헤일로스 16인치 노트북의 가로 길이는 42cm이지만 18인치 모델은 45.72cm에 이른다. 가로길이가 44cm를 넘는 노트북 가방을 시중에서 구하기도 힘들다.
더구나 프레데터헤일로스18의 무게는 옵션에 따라 최대 3.2kg에 이른다. 충전기 무게를 더하면 휴대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반면 폴더블 노트북은 대화면 노트북 유행에 편승하면서도 휴대성을 확보할 수 있다.
▲ 삼성디스플레이가 2022년 1월 CES2022에서 공개한 플렉스S 제품. <삼성디스플레이> |
폴더블 노트북은 화면이 크더라도 접으면 크기가 작아진다. 폴더블 노트북에 적용되는 올레드 패널은 경쟁 패널인 LCD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점도 휴대성 측면에서 장점으로 꼽힌다.
폴더블 노트북의 유행이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직 노트북용 폴더블 올레드 양산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다.
최 사장으로서는 본격적 노트북용 폴더블 패널 양산에 앞서 출하량 등 시장 규모를 충분히 가늠해볼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 다양한 종류의 폴더블 노트북이 출시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각 제품 출하량이 어느 규모가 될 지는 확실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아울러 2023년 전체 노트북의 시장 수요도 최 사장으로서는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시장분석기관 IDC트래커(IDC Tracker)는 2022년 정보기술(IT) 수요가 크게 감소해 2024년은 돼야 개인용 컴퓨터와 태블릿 컴퓨터 출하량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폴더블 노트북용 올레드 패널의 수요가 본격화 되기까진 예상보다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전방산업 전망이 밝다는 점과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 사장은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폴더블 올레드 디스플레이의 본격적 양산 시점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