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2-12-30 1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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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유통업계는 바람 잘 날 없는 한 해를 보냈다.
연초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함께 고물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치열한 생존경쟁이 시작됐다.
노동자 사망이란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는 일도 있었고 기적 같은 16강 진출 드라마를 쓴 카타르 월드컵으로 4년 만에 '월드컵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또한 스포츠 구단 운영으로 주목을 받은 기업이 있었고 적자를 끊어내고 순항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대대적인 지배구조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이 있으며 사업종료 위기에 몰렸다가 재기를 노리는 기업도 있다.
올 한해 유통업계에서 벌어진 주요 이슈들을 살펴본다.
◆ 구단주로 '성공한 덕후' 신세계그룹 정용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짜릿한 한 해를 보냈다.
프로야구단 SSG랜더스가 창단 뒤 두 시즌만에 KBO리그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정용진 구단주의 숙원을 풀어줬다. 정 부회장은 사회인 야구에서 투수로 3년간 활약했을 정도로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깊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해 11월8일 인천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우승 기념행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19년 말 SK와이번스를 인수한 뒤 SSG랜더스로 팀명을 변경했다. 그는 "야구를 좋아하고 우승반지도 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부회장은 인천에서 홈경기가 열릴 때면 야구장을 방문해 경기를 관람하고 선수단이 요구하는 구장 내 시설 개선을 추진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팬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면서 선수단과 팬들의 지지를 두루 얻었다.
신세계그룹의 마케팅에 SSG랜더스를 첨병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브랜드의 인천 랜더스필드 입점, 시즌 중 협업 이벤트 등이 SSG랜더스를 매개로 이뤄졌다.
이마트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해 전국 이마트에서 11월18일부터 20일까지 대규모 할인행사인 '쓱세일'도 진행했다. 쓱세일 기간 매출은 당초 목표의 140%를 달성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뤄냈다.
정 부회장은 SSG랜더스와 신세계그룹의 시너지에 속도를 내기 위해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청라 건립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올해 8월 유정복 인천시장과 스타필드 청라 및 야구 돔구장 건설, 지하철 역사 신설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 지주사 전환으로 지배력 확대 노리는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유통 3강' 현대백화점그룹은 지주사로 전환을 발표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9월16일 기존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두 축으로 내년 3월1일 양대 지주사를 설립한다는 내용의 지주사 개편안을 발표했다.
▲ 현대백화점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현대백화점에 대한 지배력을 늘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월26일 발생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점점 화재사고 현장을 방문한 정 회장 모습. <연합뉴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으로 사업회사의 영업가치와 우량 자회사의 자산가치 반영이 가능해져 기업 및 주주 가치가 증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지배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인적분할 후 지분교환을 통한 지주회사의 계열사 지분 확대가 첫 번째 가능성이고 두 번째 가능성은 이른바 '자사주 마법'으로 불리는 지배력 강화 방안이다.
자사주 마법이란 인적분할을 통한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자사주를 매개로 지주회사의 지배력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강화하는 방법을 말한다. 정 회장은 2022년 말 기준 현대백화점 지분 17.09%를 들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자사주 보유 지분율은 6.61%다.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 이후 현대백화점홀딩스는 현대백화점 주식 6.61%를 보유하게 되는데 정 회장의 현대백화점 지분을 현물로 출자받아 현대백화점 지분율을 23.69%까지 늘릴 수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향후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는 여러 가지 요건을 2년 이내로 맞춰야 한다. 지분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이를 풀어야만 한다.
◆ 계획대로 '적자 고리' 끊어낸 쿠팡 김범석
쿠팡의 '계획된 적자'가 끝나가고 있다. 쿠팡은 2022년 3분기 영업이익 1057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쿠팡이 흑자를 냈다는 것은 그동안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강조해온 쿠팡의 계획된 적자가 충분한 효율을 낼 수 있는 구조로 탈바꿈해 이제는 '계획된 흑자'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쿠팡은 2014년 이후 올해 3분기에 첫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계획된 적자' 전략이 맞아떨어지는 모양새다.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가운데 매출과 거래액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업으로 쿠팡이 흑자를 내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는 말도 나온다.
쿠팡은 그동안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었지만 올해 1분기부터 차츰 수익성 지표가 하나둘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쿠팡은 올해 1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제품커머스부문에서 조정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순이익) 기준으로 288만 달러 흑자를 냈다. 2분기에는 1년 전보다 영업손실을 87% 가량 줄이는 데도 성공했으며 조정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2분기에 흑자 6617만2천 달러를 냈다.
쿠팡의 흑자전환은 '규모의 경제'와 '물류 인프라 투자'에 힘입은 것이다.
올해 3분기 쿠팡의 활성사용자수(한 번이라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고객 수)는 1799만2천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보다 7% 늘었다.
쿠팡의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은 쿠팡의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우리는 지난 7년 동안 물류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오늘날 시장에서 가장 큰 인프라를 구축했다"며 "우리가 자체 개발한 인프라는 축구장 500개의 면적과 맞먹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포켓몬빵과 안전사고로 천당과 지옥 오간 SPC그룹 허영인
올 한해 유통업계에서 가장 많이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기업은 SPC그룹일 것이다.
연초에는 '포켓몬빵'으로 대박을 쳤으나 10월15일 발생한 '끼임사고'로 기업 이미지에 뼈아픈 타격을 받게 됐다.
▲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올해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연초 출시한 포켓몬빵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으나 10월 계열사에서 발생한 끼임사고로 안전관리와 기업문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10월21일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사과하고 있는 허영인 회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