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 시도가 세계 독점규제 당국의 반대로 답보 상태에 놓이면서 과거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을 떠올리게 한다는 일본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특히 유럽 당국에서 대형 항공사의 합병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독점금지 심사의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언론 “대한항공 아시아나 합병, 대우조선해양 매각 무산 재현 가능성”

▲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 시도가 무산될 수 있다고 일본언론이 보도했다.


22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뒤 2년이 흐르면서 인수 절차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항공이 당초 2021년 말까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인수 성사 시기가 2023년 또는 그 이후까지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확정되려면 대한항공이 유럽과 미국, 일본과 중국 등 세계 주요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두 항공사가 모두 해당 지역에 취항하며 한국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시장 독점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관련당국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승인 절차가 늦어지면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KDB산업은행이 과거 대우조선해양 매각 때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KDB산업은행은 당시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추진했지만 유럽 경쟁당국에서 독점 가능성을 고려해 인수를 승인하지 않으며 결국 약 2년 10개월만에 계획이 무산됐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서 이런 사례가 재현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유럽 경쟁당국은 아미 지난해 에어캐나다의 현지 항공사 인수를 승인하지 않는 등 항공사 사이 합병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닛케이아시아는 일본 및 중국 경쟁당국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 건에 관련한 조사와 검토를 미루고 있는 원인도 독점 문제와 관련이 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국에서 일본이나 중국을 오가는 노선 가운데 저비용항공사의 비중이 크지만 해당 지역의 공항 노선에서 독점 또는 과점체제가 갖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는 “KDB산업은행은 유럽 경쟁당국에 다시 문전박대를 당할 지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럽 측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공정한 경쟁환경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할 공산이 크다”고 바라봤다.

영국 경쟁시장당국인 CMA는 이미 11월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이 가격 인상과 서비스 품질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보완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대한항공이 제안한 시정조치안을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사는 영국 경쟁당국의 시정안을 원칙적으로 수용하며 남은 기간에 기업결합심사가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성실히 협조해 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