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 외 선전을 보이면서 상원 선거 결과가 나오기까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중간선거 이후 인플레이션 감축법 개정안과 관련해 기대를 걸던 현대자동차그룹(사진)도 '플랜B'를 찾을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중간선거에서 기존 예상을 깨고 민주당이 선전하면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개정도 안갯속으로 흐를 가능성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개정에 기대를 걸던 현대자동차그룹으로서는 추가적 방안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9일 NBC에 따르면 이날 개표가 진행되고 있는 미국 하원의원 전체 435석 가운데 공화당이 219석을, 민주당이 216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원 선거에서 218석을 확보하면 다수당이 되는데 NBC의 예측대로라면 압승하리라는 기존 예상을 깨고 공화당이 간신히 승리하게 되는 셈이다.
개표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승리가 예측된 하원 의석수를 살펴보면 CNN은 공화당이 185석 민주당이 160석을, ABC는 공화당 207석, 민주당 184석을,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 174석, 민주당 132석을 확보한 것으로 보도했다.
상원에서는 팽팽한 접전 속에서도 공화당이 우세할 것이라는 예측이 기존에 우세했지만 출구조사 및 개표 현황에서는 ‘초박빙’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NBC와 CNN, ABC 방송 등은 각 당이 모두 46석씩 확보했다고 전했지만 WP는 상원에서 민주당이 47석, 공화당이 46석을 확보해 민주당이 앞서고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심지어 경합주 조지아주는 12월6일 결선투표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개표가 97%된 상황이지만 현역 의원인 라파엘 워녹 민주당 상원의원이 49.4%, 공화당 후보인 허셸 워커가 48.6%로 50%를 넘지 못해서다.
조지아는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 투표를 진행하는 ‘50%룰’을 적용하고 있어 최종 결과는 12월에 가려진다는 것이다.
중간선거가 공화당의 일방적 우세로 흐르지 않고 결선투표까지 가서야 판세가 확정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미국 정계도 혼란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초박빙 상황이 이어져 상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동률이 된다면 인플레이션 감축법 개정 문제와 관련해 기존 상황에서 달라질 가능성이 낮다. 당연직 상원의장인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이전처럼 민주당이 다수당을 유지하게 된다는 점에서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그룹이 기대하던 인플레이션 감축법 개정도 안갯속에 빠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애초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부정적이던 공화당이 승리한다면 개정이 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민주당이 기존 예상과 달리 선전하고 있는 데다 상원에서 다수당 윤곽이 가려질 때까지 시간이 지체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 개정안과 관련된 논의도 미궁으로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미국 헌법에 따르면 법률은 양원의 동의 없이는 제정되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이 상원에서 절반의 의석인 50석만 확보하더라도 인플레이션 감축법 개정안이 자칫 무산될 수 있다.
물론 국내 통상외교 전문가들은 어떤 당이 승리하더라도 한국의 편의를 봐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해외경제포커스’ 보고서를 통해 “8월16일에 제정된 IRA 법안을 개정하거나 폐기하기 위해서는 양원의 동의와 함께 대통령 승인이 필요하다”며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법이 곧바로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해 “공화당이 한국에 우호적 얘기를 하고 있더라도 한국을 위한 법안을 새로 만든다든지 한국만을 위해 유예 조항을 만드는 것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빠른 시일 안에 전기차 세제혜택과 관련한 개정안 추진이 사실상 쉽지 않아진 만큼 기존 미국 공장의 전기차 생산 전환 등 ‘플랜B’ 검토에 속도를 낼 필요성이 높아지게 된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8월16일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현재 미국에서 친환경차를 대상으로 주어지는 대당 7500달러(약 1천만 원) 규모의 보조금(세제혜택)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친환경차(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에만 세제혜택을 제공한다는 제한을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를 주로 국내에서 만드는데 미국 조지아주 전용공장에선 빨라야 2025년에 전기차가 생산된다.
다만 중간선거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한 시행령에서 세부조건을 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용도로 제정된 측면이 있는 데다 한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에서도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미국 상무부가 4일까지 진행했던 인플레이션 완화법 세부 시행 지침과 관련한 의견 수렴 절차와 별개로 미국 정부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CNBC가 입수한 의견서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교역국 모두에 경제적 피해를 입히고 시장을 왜곡할 뿐 아니라 글로벌 보조금 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며 “상호보복 조치로 이어지는 국제적 긴장을 낳을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