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변화' 깃발 강희석 재신임, 이마트 SSG닷컴 성과 보여줄까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겸 SSG닷컴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27일 실시된 신세계그룹 임원인사에서 재신임됐다.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그가 추진해온 전략이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겸 SSG닷컴 대표이사 사장이 재신임됐다.

이마트와 SSG닷컴의 실적을 놓고 볼 때 거취가 불안하다는 시선도 나왔지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선택은 ‘다시 한 번 강희석’이었다. 강 사장이 추진해온 전략이 내부에서 '합격점'을 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강 사장으로서는 이커머스기업의 공세에 맞서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SSG닷컴을 통한 온라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실적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더욱 막중한 임무를 짊어지게 됐다.

27일 실시된 신세계그룹의 ‘2023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강 사장은 이마트와 SSG닷컴 대표이사에 모두 유임됐다.

애초 강 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자리를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이마트나 SSG닷컴 가운데 한 회사 대표 자리만 유지하고 다른 회사에는 새 대표가 올 것이라는 말도 그룹 내부에서 돌았다.

하지만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와 SSG닷컴에 변화를 주기보다는 안정을 선택했다.

실적 등 객관적 지표는 부진하지만 강 사장이 추진해온 이마트·SSG닷컴의 전략과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다는 것을 인사를 통해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강 사장 유임의 의미에 대해 “이마트와 SSG닷컴에게 중요한 것은 단기 실적보다는 중장기 방향성이었을 것이다”며 “현재 강 사장이 미래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여러 작업들이 신세계그룹 내부에서는 합격점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트와 SSG닷컴의 변화가 현재 ‘진행형’인 만큼 이를 추진해온 강 사장에게 힘을 싣는 것이 리더십에 변화를 주는 것보다 더 중요했다는 뜻으로 의미를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정 부회장이 강 사장을 직접 이마트 대표로 영입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인사에 고려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강 사장은 2019년 10월21일 실시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마트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마트가 세워진 1993년 이후 외부에서 최고경영자로 영입된 첫 번째 인물이다.

정 부회장으로서는 신세계그룹 출신으로 대표를 발탁하는 순혈주의를 깬 파격적 시도를 3년 만에 물리는 것이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강 사장 입장에서는 이마트와 SSG닷컴의 운전대를 계속 맡게 된 만큼 앞으로 부담이 커진 것 또한 사실이다.

강 사장의 거취를 불안하게 보는 시선의 근거는 실적이었다.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021년 상반기와 비교해 6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SSG닷컴은 영업손실 규모가 커졌다. 이마트가 3조4천억 원을 들여 인수한 지마켓도 SSG닷컴과 이렇다 할 시너지를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재신임 됐다는 것은 이제 변화의 방향성뿐 아니라 실적도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일 수도 있다.

사실 정 부회장이 2년 전 강 사장에게 이마트와 더불어 SSG닷컴까지 맡긴 이유는 단순하다.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 자산을 통합한 디지털 생태계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오프라인 기반의 이마트와 온라인 기반의 SSG닷컴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이 목표를 위한 매우 중요한 축이다.

한 사람에게 권한을 전부 위임하는 것이 두 회사의 궁극적 목표를 빨리 일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강 사장은 특히 과거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에서 유통소비재부문 파트너로 일할 때 이마트와 교류하면서 ‘온라인 전환’을 중요 과제로 제시하고 구체적 조언도 한 유통산업 전문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성과를 보면 외부에서 조언만 하면 됐던 컨설턴트 때와 달리 직접 맡은 경영에서는 내세울 만한 성과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강 사장 역시 이마트와 SSG닷컴의 변화를 큰 틀에서 추진하면서 구체적 성과를 동시에 잡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8월 실적발표 자료에서 하반기 목표를 제시하며 오프라인 사업을 놓고는 ‘업의 본질 경쟁력 제고’를, 온라인 사업을 놓고는 ‘성장이 수익창출로 이어지는 사업구조 전환’을 내걸었다.

이와 관련한 핵심 과제로 상시 최저가 프로모션 진행, 점포 자동화 시스템 확대, 지점 재단장(이상 오프라인)과 플랫폼 고도화, 유료멤버십 로열티 제고(이상 온라인) 등을 꼽았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