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미국 수출규제 영향권에 놓여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국가 연합 ‘칩4 동맹’ 구축 시도에 맞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 중국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악영향을 받는 한국 반도체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력을 강화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중국 관영매체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반도체공장. |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2일 “중국을 겨냥한 미국 정부의 압박은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의 입지를 오히려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최근 중국을 상대로 한 새 반도체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차단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KLA 등 일부 반도체 장비업체가 미국 규제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공장에 장비 납품을 중단하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한국 반도체기업들도 영향을 피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시도는 중국 반도체산업 붕괴를 목표로 둔 비정상적 행동”이라고 강력히 비판하며 “아시아 지역 동맹국의 이해관계를 해칠 수 있는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규제에 가장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기업으로 지목됐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자국의 이익만을 고려해 이들 기업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추가 규제를 결정할 가능성도 크다며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위협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중국 정부는 이런 상황에 한국과 협력을 오히려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데 나선다면 미국 규제에 따른 악영향을 극복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글로벌타임스는 “반도체 등 세계 첨단기술 공급망을 더욱 강화하는 데 힘쓰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는 명확하다”며 “동아시아 국가들이 반도체 분야 협력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중국과 한국, 일본이 반도체 공급망 측면에서 힘을 합쳐 미국의 압박에 방어하는 방식으로 ‘칩4 동맹’ 구축 시도에 맞설 수 있는 세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한국과 일본, 대만이 모두 칩4 동맹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중국에 의존을 낮추도록 할 수밖에 없는 수출규제 조치를 도입하며 갈수록 압박을 더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의 시도는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다른 국가의 이익을 해친다면 당연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글로벌타임스가 이런 주장을 내놓은 것은 결국 중국이 미국의 압박을 기회로 삼아 한국을 비롯한 주요 반도체 강국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정부가 최근 주요 반도체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해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기업에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는 점도 중요한 사례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한국이 중국의 지원에 힘입어 미국의 압박에 맞서는 일이 국익을 지키고 반도체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지원법 시행과 중국에 핵심 장비 수출규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과 대만 등 중국에 반도체산업을 크게 의존하는 국가를 향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무역수지 악화와 원화 가치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만큼 최대 무역 수출국인 중국과 교역을 확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한국이 이처럼 경제적 측면의 어려움을 겪는 배경이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무리한 통화정책 때문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주요 기업에서 미국 정부를 믿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며 “한국 정부 차원에서 중국과 경제적 협력 확대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이미 중국에 막대한 투자를 벌였던 만큼 현실적으로 중국 반도체 공급망과 거리를 두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전 세계 공급망에 차질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라며 “글로벌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폭넓은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