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21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용혜인 의원실> |
[비즈니스포스트] 용혜인 의원은 8월31일 기본소득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대표에 오른 뒤 첫 회의에서 '기본소득 대한민국'이라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대안정당으로서의 역할과
윤석열정부의 퇴행적 정책을 막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는 21일 용혜인 의원과 기본소득,
윤석열 정부의 복지정책, 청년정치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 기본소득당 대표가 됐다. 아직 많은 사람들은 ‘기본소득’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정책으로 인식하는데 기본소득당과 이 대표의 기본소득은 어떻게 다른가.
“
이재명 대표의 기본소득과 기본소득당의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현금 소득’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하다. 하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나 우리 사회에 어느 정도의 속도와 규모로 진행될 것인지에 관한 로드맵에 차이가 있다.
또 기본소득을 접근하는 관점도 다르다. 기본소득당은 기본소득을 사람들이 살기 힘드니까 지원해주는 측면이라기보다 ‘권리’로 보는 관점이 강하다. 모든 국민들은 우리 사회에 다양한 공유를 통해 창출된 부(富)의 일정한 몫을 배당받을 권리가 있고 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기본소득이라고 본다.
토지가 대표적인 예라고 본다. 토지가 개인들의 소유로 나눠져 있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 어떤 토지의 가치를 키워서 사고 파는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라기보다는 인류가 공유하는 토지에 사회가 투자한 인프라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토지의 부가가치가 커지는 부분에 관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몫이 있다.”
-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의 기본소득도 지속가능하냐는 지적에 후퇴한 측면이 있는 만큼 기본소득 정책이 과연 수십 년 이상 지속가능한지 의심이 큰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연히 기본소득은 지속가능하다. 기본소득당은 지난 대선 기준으로 월 65만 원 정도의 기본소득 모델이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재원 마련 방안 등 제도적 설계를 계속 모델링해왔다. 공유 부에 기반을 둔 데이터 산업세, 토지 보유세 뿐만이 아니라 시민세 같은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
오히려 기본소득이 실현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 여부보다 조세 측면에서 얼마나 많은 중산층들과 저소득층이 ‘조세 동맹’을 맺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조세부담률을 OECD 평균 정도로만 올려도 월 30만 원의 기본소득은 가능하다. 다만 사람들이 세금을 내는 것에 거부감이 굉장히 크다. 세금을 내서 실제 어디로 쓰이는지도 모르겠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국민들이 모르는 곳에 쓰이는 게 아니라 바로 국민들에게 1/n로 배당을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내는 세금과 받는 소득을 계산할 수 있다.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이득이 되는 제도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단 기본소득을 시작하면 세금에 관한 거부감이나 불안감이 많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 윤석열 대통령의 복지정책 기조는 선별적 복지의 강화다. 최근 대통령은 돌봄이나 요양 부분을 민간주도로 고도화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윤석열정부의 복지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이미 수십 년 동안 반복된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뻔한 말을 반복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제시된 내용도 많지가 않다.
사회적 타살이라 평가되는 수원 세 모녀 사건이나 보호 종료 아동의 연이은 죽음 같은 사례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잘 찾아서 잘 챙기자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
선별적 복지가 의미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기본적인 삶의 안전망을 구축하고 여기에 필요한 선별적 복지를 더하는 방식으로 가야한다. 복지정책 대상이 될 사람들을 심사해서 선별하는 이런 낡은 방식으로는 약자와의 동행을 할 수 없다.
또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으로서 존엄을 보장하고 더 잘 살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에 ‘정치복지’ 같은 이념적 프레임을 붙인다. 복지정책 논의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 2024년 총선에서 기본소득당이 대안정당이 되겠다는 선언을 했다. 기본소득당이 원내에 더 많은 의원들을 진출시키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기본소득당 자체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세력으로 인식되고 인정받을 수 있는지가 첫 번째 과제다. 우선 기본소득에 동의하는 여러 정치 세력들이 함께 힘을 모아 네트워크를 갖추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 다음 총선에서 정의당 등 진보 정치세력과 후보를 단일화하는 등의 연대 노력도 생각하고 있는가.
“기본소득당은 언제나 연대, 연합에 관해서는 열린 정당이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나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언급하며 청년정치의 한계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원내에 진입한 청년정치인으로서 청년정치의 한계에 관한 생각이 궁금하다.
“청년정치의 한계라고 하기에는 청년 정치를 우리가 제대로 본 적이 없다. 50대와 60대가 정치를 거의 독점해왔는데 그걸 우리가 5060의 실패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청년정치 실패라고 하는 게 온당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청년정치라는 용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정치에 더 많이 참여해야 하는 건 맞지만 그 이유가 청년 국회의원 비율이 인구비율보다 낮아서가 아니다. 지금 청년들이 디지털화 돼가고 있는 사회의 변화를 가장 잘 이해하고 삶으로 체득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국회에 아기를 안고 출근하기도 했다. 국정감사도 앞두고 있고 '워킹맘'으로서 굉장히 바쁜 일상을 보낼 것 같은데 휴식은 어떻게 하는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육아를 하는 엄마, 아빠들에게 휴식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웃음) 저도 주말에 아이와 있는 시간이 너무 좋지만 월요일을 기다리기도 하는 평범한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스트레스를 푸는 특별한 방법보다는 지금 제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즐겁게 하면서 지내고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로나 스트레스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