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 반도체 패권 싸움에서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대만 반도체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사업 구조가 메모리반도체 등에 편중되어 있고 소재 공급 등 측면에서도 해외 국가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전문가 한국 반도체 딜레마 지적, "칩4와 중국시장 중 택일 어려워"

▲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대만 IT전문지 디지타임즈의 황친융 사장은 8일 디지타임즈에 기고문을 내고 "한국은 현재 큰 딜레마를 안고 있다"며 "자칫하면 전 세계에서 완전히 고립될 수도 있는 처지에 놓였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이 한국에 반도체 국가 연합 '칩4 동맹' 가입을 요구하면서 중국과 거리를 두도록 유도하고 있는데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중국에 의존을 낮추기 어려운 상황을 언급한 것이다.

황 사장은 한국 정부가 자국의 무역 및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중국과 관계를 쉽게 놓을 수 없다며 칩4 동맹과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 기준으로 한국 반도체 수출금액 가운데 60%를 차지한 거대 시장이다.

중국 시안에 위치한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공장, 중국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의 D램 공장은 각 회사의 메모리 출하량에서 40%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황 사장은 한국이 중국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미국과 관계 악화를 감수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미국과 일본, 대만의 산업 구조와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이 협력을 거부했을 때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고립되는 위치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일본 등 해외 국가에 소재 수급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로 꼽혔다.

실제로 일본이 2019년부터 한국에 일부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한 뒤 한국 반도체기업 공급망에 큰 혼란이 빚어졌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황 사장은 "한국은 칩4 동맹 가입을 검토하는 국가 가운데 가장 고립되기 쉬운 국가에 해당한다"며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되어 있는 사업 구조도 위험 요소에 해당한다"고 바라봤다.

시스템반도체 전문 기업은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이 매우 적지만 메모리반도체는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제품으로도 충분히 대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황 사장은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에 반도체 장비 등 수출을 규제하는 모습을 통해 한국도 글로벌 반도체 가치사슬에서 이탈하지 않는 점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한국이 현재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중국에 반도체 수출 감소 위험성을 감수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국을 더욱 난처한 입장에 놓이도록 하고 있다.

황 사장은 "한국은 독립성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국가의 규모를 고려할 때 이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정치적 세력의 지원이 없다면 큰 리스크 아래 놓이게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노이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