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공회의소가 반도체 산업·학계 30명에게 국내 반도체 산업 경기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문가 10명 중 6명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위기가 2024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반도체 전문가 10명 중 6명이 반도체 산업의 위기가 2024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월16일부터 25일까지 반도체 산업·학계 30명에게 국내 반도체 산업 경기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응답자의 58.6%는 2024년 이후에도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3년까지 위기가 지속될 것이란 응답이 24.1%, 내년 상반기까지는 13.9%, 올해 말까지는 3.4% 순으로 나타났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는 줄었는데 재고가 늘어 값이 떨어졌다”며 “미국과 중국이 기술 패권을 다투는 가운데 중국은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혔다”고 진단했다.
응답자의 43.4%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처한 상황이 2016~2019년보다 심각하다고 봤다. 매우 심각(16.7%)하다거나 심각(26.7%)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국·미국·일본·대만 4개국 반도체 협의체(칩4) 논의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부정적이라는 관측은 46.7%로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36.6%)보다 많았다.
박진섭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칩4 대화에 참여해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과 연구개발(R&D)·공급망 협력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서도 “중국 반발이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반도체와 과학법(반도체 지원법)’은 국내 반도체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측이 50%로 ‘부정적(40%)’보다 높았다.
정의영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미국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중국 투자가 제한되지만 반도체 개발·설계 기술이 뛰어난 미국한테서 얻을 게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산업에 시급한 정책으로는 ‘칩4 대응 등 정부의 원활한 외교적 노력(43.3%)’, ‘인력 양성(30%)’, ‘연구개발 지원 확대(13.3%)’, ‘투자에 세제·금융 지원 확대(10%)’, ‘반도체 소재 공급망 안정(3.4%)’ 순으로 꼽혔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전체 수출의 5분의 1을 담당하는 반도체 수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지난 주 정부가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 발표를 통해 반도체에 대한 기업투자와 인력양성을 약속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해외기술기업 투자‧인수를 위한 특단의 제도 개선과 반도체 경쟁국 사이에서의 적극적이고 세련된 외교 등 반도체분야 초격차 유지를 위한 더 근원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