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바이오의약품 공장 내부. 일회용 소재를 사용하는 '싱글유즈' 시스템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
[비즈니스포스트] “세포 배양이 끝나고 새로 배양을 시작하려면 바이오리액터(생물반응기)를 세척할 필요 없이 비닐백만 갈아주면 된다.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30일 방문한 충북 오송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3공장에는 커다란 금속 용기들이 설치돼 있었다. 세포를 배양해 몸에 이로운 물질을 생산하게 하는 바이오리액터다.
바이오리액터에 세포와 배지(영양액) 등 여러 물질이 직접 부어지는 건 아니다. 공장을 안내한 양재영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사업개발부문장은 바이오리액터 꼭대기에 걸린 거대한 일회용 비닐백 안에서 세포 배양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회용 소재를 사용해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싱글유즈’라고 한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공장에서 싱글유즈가 적용된 부분은 바이오리액터뿐만이 아니었다.
통상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세포를 작은 용기에서 큰 용기로 옮겨가며 배양 규모를 키우는 ‘스케일업’이 필요하다. 배양 후에는 세포와 세포가 뱉어낸 물질을 분리하는 정제 공정도 뒤따른다. 이런 공정들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스테인리스 튜브가 다양한 장비마다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공장 내부에서는 튜브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물질이 이동하는 튜브도 일회용 소재를 사용하는 등 바이오의약품 생산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풀 싱글유즈’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세척, 멸균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생산 간격을 단축하는 한편 빠른 전환으로 보다 다양한 제품의 생산을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게 되는 만큼 원가 절감에도 유리하다.
양 부문장은 “싱글유즈 시스템을 통해 고객사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한 가격경쟁력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사업에서 절대적인 무기가 된다"고 말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하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계열사로 위탁개발생산(CDMO)을 전문으로 한다. 2017년 8월 오송에 1공장을 착공해 1년도 되지 않은 2018년 6월 준공했다. 현재는 4공장까지 지어놨다. 1~3공장은 모두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처음으로 채택한 2천 ℓ(리터) 용량 싱글유즈 바이오리액터를 기반으로 한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가 빠르게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데도 풀 싱글유즈 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 기존 스테인리스 시스템에서는 모든 장비를 고정해야 하는 반면 싱글유즈 시스템의 장비는 이동이 가능한 상태로 설치할 수 있다.
이렇게 조성된 생산능력은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수준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1~4공장을 포함한 전체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이 15만4천 ℓ(리터)로 베링거인겔하임, 삼성바이오로직스, 론자,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CDMO기업에 이어 글로벌 5위에 올라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4공장에는 유연하고 저렴한 생산이 가능한 싱글유즈 시스템과 자동화가 수월한 스테인리스 시스템의 장점만을 결합한 ‘알리타 스마트 바이오팩토리(알리타 시스템)’가 적용됐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알리타 시스템은 사람의 실수와 공정상의 오염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생산공정에 대한 디지털화와 자동화를 지원한다. 배양공정과 정제공정의 규모를 고객 요구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할 수도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이런 장점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CDMO 고객 찾기에 나선다. 이전에는 주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수요에 대응했다면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해외 수주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사업개발본부를 신설하는 한편 디지털 역량을 보유한 현덕훈 대표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현 신임 대표는 글로벌 전사적자원관리(ERP)기업 SAP에서 일하며 여러 대기업의 디지털 전환에 참여했다.
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사들이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생산공정에 대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해 수주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해외 전시회에서 가상현실(VR), 메타버스 등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했다.
현 대표는 "2025년까지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공장을 풀가동하는 것이 목표다"며 "현재 CDMO사업의 싹이 나는 수준이지만 2~3년 후에는 커다란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