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대부' "미국 칩4 동맹 영향 커, 중국 단기간 극복 어렵다"

▲ 대만의 '메모리 반도체 대부'로 불리는 가오치취안 전 칭화유니그룹 부사장이 미국의 반도체 국가 연합 구축을 두고 중국이 악영향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진은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 SMIC.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하는 '칩4' 반도체 협의체가 중국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이며 중국이 단기간 안에 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다만 칩4 동맹에 참여하는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실제로 협의체가 구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22일 대만 매체 경제일보에 따르면 대만의 '메모리 반도체 대부’로 불리는 가오치취안 전 칭화유니그룹 부사장은 인터뷰를 통해 “칩4 동맹의 영향력이 클 것으로 전망되며 중국이 단기간 안에 이를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현재 한국과 대만, 일본을 포함하는 칩4 반도체 협의체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이 협의체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을 관리하고 함께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추진하자는 구상을 두고 있다.

가오 전 부사장은 미국이 칩4 협의체를 구축하는 목적은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다고 확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월 초에 서명한 반도체법을 보면 미국 내 반도체공장을 짓는 회사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지원금을 받은 회사는 중국에서 최소 10년 동안 28나노 이하 공정을 활용하는 반도체공장을 건설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국은 현재 미국 및 동맹국이 중국에 일부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가오 전 부사장은 “현재 오래된 공정 기반의 반도체 분야는 미국의 규제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구형 공정 분야는 규제를 하더라도 SMIC 등 중국 반도체기업이 이미 제조 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규제를 해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칩4 연합체 구축을 계기로 중국이 14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를 구할 수 있는 길이 완전히 막힌다면 중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력은 삼성전자와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 업체에 계속 뒤처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다만 가오 전 부사장은 “칩4 협의체가 구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며 협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의견도 내놨다.

한국과 미국, 대만, 일본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만큼 각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종 협상 결과를 도출해내기 쉽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국과 대만 반도체 대기업 공장이 중국에 위치해 있어 해당 국가가 칩4 협의체에 참여하게 된다면 중국 공장의 기술 수준을 높일 기회가 차단될 뿐 아니라 이들의 중국 사업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가오 전 부사장은 “대만의 경우 미국과 협력으로 중국을 대적할 수 있는지, 진심으로 칩4에 동참하기 원하는지, 참여한 뒤 얻을 수 있는 성과가 무엇이며 이를 통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에 따른 영향을 막아낼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의 반도체 메모리 공장은 시안과 쑤저우에, SK하이닉스 공장은 장쑤와 우시, 다롄, 충칭 등 지역에 위치해 있다.

한국이 칩4 협의체에 동참한다면 중국에 이미 운영되고 있는 한국 반도체기업의 공장은 계속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있지만 생산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공정 개선 투자나 장비 투자 등 부분에서 제약이 따를 수 있다.

가오 전 부사장은 “중국 반도체산업은 중국 정부가 목표한 대로 빠르게 성장할 수 없다”면서도 “중국이 잠재력을 보이고 있는 구형 공정 반도체에서 제조원가를 낮추고 시장을 넓히게 된다면 반도체 장비 업체에 최대 고객사로 입지를 굳힐 것이며 미국 업체들도 중국의 압박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현재의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두고 전 세계 국가들이 협력해 30년~50년의 시간을 들여 구축한 것이라는 점을 중국 반도체 관계자들에 여러 번 말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이른 시일에 반도체 기술 발전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이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