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관영매체가 삼성전자 등 반도체기업의 중국 의존을 언급하며 한국의 '칩4 동맹' 예비회의 참석을 앞두고 여론전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반도체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국가 연합체 ‘칩4 동맹’ 예비회의가 임박하면서 한국의 참석을 두고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견제에 나섰다.
중국 관영매체는 칩4 동맹이 미국과 한국에 ‘윈-윈’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미국만 이득을 얻고 한국과 일본 등 다른 국가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19일 “한국 외교부가 칩4 예비회의 참석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며 “미국과 중국의 견제 사이에 놓여 있는 한국이 입장을 더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부는 8월 말로 예정된 칩4 예비회의에 참석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한국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으로 두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한 데 이어 칩4 동맹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반발해 정책적 대응 및 여론전을 주도하면서 미국의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18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통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중국의 권익을 지키지 위한 강력한 대응 조치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이 미국을 대상으로 수출규제 등 무역보복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최근 꾸준히 나왔는데 중국 정부가 이를 실행으로 옮길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글로벌타임스와 차이나데일리 등 영문으로 발간하는 중국 관영매체 기사를 통한 여론 전환도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논평을 통해 미국이 칩4 동맹에 한국을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두 국가에 모두 이득을 주는 ‘윈-윈’이 아닌 승자와 패자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전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결국 칩4에 참여한 대만 등 동맹국의 반도체기술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만 이득을 보고 다른 국가들은 ‘장기말’에 불과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차이나데일리는 “미국의 칩4 동맹 추진은 이미 실패를 예고하고 있다”며 “한국이 미국의 이런 시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중국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이 중국을 최대 수출국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 미국의 시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미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의 반도체기술이 이미 세계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사양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지만 사용량이 많은 저사양 반도체 분야에서는 중국이 이미 세계시장에서 큰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반도체기업은 7나노 반도체 미세공정 자체 개발에도 성공해 삼성전자와 TSMC의 3~5나노 공정을 따라잡고 있다”며 “충분히 이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매체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미국의 칩4 동맹 구축을 견제하는 이유는 한국의 칩4 예비회의 참석을 앞두고 압박을 더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이 반도체산업에서 중국과 관계를 끊기 어렵고 중국에 기술력을 따라잡힐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 따른 단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도 “미국이 동맹국에 칩4 연합체 가입을 요구하는 일은 일반적 산업 정책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며 “전 세계 반도체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