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반도체 패키징 분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3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의 양산을 시작하면서 이 분야 1위 TSMC 추격에 시동을 건 데 이어 반도체 완제품 성능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한 후속작업에도 힘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3나노 공정 치고 나간 삼성전자, 반도체 패키징도 TSMC 추월 노린다

▲ 삼성전자가 반도체 패키징 분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3나노 양산모습과 TSMC 본사 모습.


2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패키징 조직과 인력을 강화하는데 고삐를 죄고 있다.

반도체 패키징은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하나로 이어붙이고 전기선을 외부로 연결해 완제품으로서 성능을 발휘하게 만드는 공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생산공정은 크게 '칩 제조(산화, 포토, 식각, 박막·증착, 배선)→테스트→패키징' 순으로 이뤄져있는데 패키징은 테스트와 함께 후공정에 해당한다.

최근 칩 제조 공정이 극단적으로 초정밀화해지면서 반도체 성능향상을 위해 패키징 공정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 안에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직속으로 패키징 태스크포스(TF)를 조직했다. 

또한 미국에도 패키징솔루션센터 조직을 새롭게 만들고 애플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인 김우평 씨를 센터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김 센터장은 2014년부터 8년 동안 애플에서 근무한 반도체 전문가로 앞으로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솔루션을 개발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업계에서는 애플과 한편으로 협력하고 또 한편으로 경쟁을 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인재영입이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애플에서 1년 가까이 인공지능 개인 비서 시리를 개발했던 기술자 루크 줄리아가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 프로젝트에 들어갔던 것 이외에는 이런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삼성전자는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높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패키징 관련 인력도 대규모로 늘릴 채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150명인 반도체 패키징 관련 전문 인력을 2024년까지 300명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채용행사인 ‘삼성 T&C 포럼’에서도 인력 충원과 관련해 반도체 패키징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기술과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최근 삼성전자가 패키팅 관련 인재 확보에 힘주는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올해 6월 유럽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외적 불확실성 속에서 삼성이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조직이 변화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칩 제조 미세공정에서는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을 상용화하고 최근 양산제품 출하식도 열면서 TSMC와 첨단공정 경쟁에서 한발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품질을 완성하는 패키징 경쟁력에서는 여전히 TSMC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추격에 고삐를 죄는 것으로 읽힌다.

TSMC는 독자적 패키징 기술인 통합팬아웃(InFO)과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를 통해 반도체 칩들을 수평으로 배열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 기술은 반도체 두께를 얇게 유지하면서도 경쟁회사들보다 집적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

삼성전자는 TSMC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각 칩을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3차원 패키징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이 기술은 반도체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전력 효율을 개선할 수 있어 차세대 패키징 기술로 꼽힌다.

기업신용평가업계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미세화가 가속화될수록 제품 성능의 차별화를 위해 반도체 패키징의 중요성이 커지고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베리파이드 마켓 리서치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와 관련된 시장은 2018년 306억8천만 달러에서 2026년 440억5천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기보 한국기업데이터 전문위원은 “반도체 산업의 고성능화와 복합화가 진행되면서 반도체 패키징을 비롯한 후공정 관련 기술의 중요성은 커지면서 관련 시장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