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에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상하이마이크로(SMEE) 반도체 장비.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며 미국 정부의 반도체장비 반입 규제를 우회해 반도체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SMIC 등 중국업체의 패키징 기술이 충분히 발전한다면 삼성전자와 TSMC의 3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과 맞먹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든다.
15일 아시아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산업을 견제하려는 미국 정부 차원의 노력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규제가 중국 반도체기업들의 일부 반도체 장비 반입에 집중되자 중국에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 발전에 힘쓴 성과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반도체를 겨냥한 미국 정부 규제는 주로 네덜란드 ASML이 신형 반도체 노광장비를 중국기업에 수출하지 못 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ASML 장비에 미국 기술이 일부 활용됐다는 점이 수출 규제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SMIC 등 중국 파운드리업체는 14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했지만 신형 장비를 사들이지 못 해 반도체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이는 미세공정 기술 확보에 한계를 맞았다.
아시아타임스는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미국의 이런 규제를 우회하는 방안으로 2.5D 및 3D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개발에 나섰는데 최근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2.5D 및 3D 반도체 패키징은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를 평면이 아닌 수직으로 여러 겹 쌓아 집적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반도체 성능 및 전력 효율을 개선하는 기술이다.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이 회로 폭을 줄여 밀집도를 높인다면 첨단 패키징 기술은 수직 구조를 통해 비슷한 효과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 삼성전자의 반도체 3D 패키징 기술 안내. |
아시아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마이크로는 처음으로 2.5D 및 3D 반도체 패키징 장비를 고객사에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며 중국 내 반도체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정부 주도로 반도체 기술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만큼 중국 반도체기업들 사이 첨단 기술 상용화를 위한 협력도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아시아타임스는 중국이 삼성전자나 TSMC와 같이 3나노~5나노급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는 일은 미국의 견제로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첨단 패키징 기술을 통해 14나노 공정 기반 반도체로 해당 미세공정 기술과 비슷한 수준의 반도체 성능을 구현할 수 있고 생산 원가는 훨씬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통해 삼성전자가 최근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기술력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텔과 TSMC 등 시스템반도체기업은 이미 이런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기술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연구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중국업체들이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빠르게 앞서 나가 대형 시스템반도체기업들의 미세공정 기술 경쟁에 앞서 나간다면 매우 강력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아시아타임스는 “중국 반도체산업 발전을 막으려던 미국 정부의 시도가 역풍으로 돌아왔다”며 “중국이 미국 규제를 우회하는 데 마침내 해답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중국의 반도체 패키징 기술이 아직 실제 반도체 생산과 이를 통한 성능 확인으로 이어지지 않은 만큼 삼성전자 등 기업에 실질적 위협이 될 가능성은 현재로서 크지 않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도체산업 육성 의지와 중국 반도체기업들의 빠른 성장을 고려한다면 세계 반도체업계가 중국의 공세에 안심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이고 있다.
아시아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중국 반도체기업을 규제하기 시작한 뒤 상하이마이크로 2021년 순이익이 5억7300만 위안(약 11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331%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규제가 일부 중국 반도체 관련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은 이미 실적을 통해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아시아타임스는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은 기술 혁명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라며 “미세공정 반도체 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더 효율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우회로가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