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동원그룹에 따르면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 합병 이후 신사업을 하는 동원시스템즈와 동원로엑스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번 합병은 2차전지 등 신규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기 위해 그룹의 역량을 한 데 모을 필요가 있다는 내부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동원그룹에서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이 두 개의 지주사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두 회사가 합쳐져 새출범하는 합병법인이 단일 지주사가 되면서 지배구조가 일원화되고 대주주 김남정 부회장 중심의 의사결정구조가 확립된다는 것이다.
기업집단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때 장기적 안목과 책임감을 발휘할 수 있는 오너경영인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김남정 부회장 역시 오너경영 체제를 확립해 동원그룹의 사업재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주된 이유는 동원그룹 주력사업인 참치산업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기 때문이다.
1904년부터 계속된 남획으로 참치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세계 참치자원은 기업형 참치어업이 활성화되기 전과 비교해 87.3% 가까이 감소했다.
국제사회의 견제로 종래의 어획방식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주요 어장을 보유한 뉴질랜드는 낚시로 낚은 참치만 유통하도록 하는 강력한 규제를 통과시켰으며 미국과 유럽의 정부와 소비자들도 해양관리협의회로부터 집어장치를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어업인증을 요구하고 있어 참치업계에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이밖에 인건비 증가와 참치어선 내 외국인노동자 인권문제가 불거지는 것도 참치어업의 부담요소다. 과거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대규모 참치어업에서 손을 떼고 한국과 태국 등 후발주자에 바통을 넘겨준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동원산업은 내부적으로 친환경 어업을 도입하고 연어 육상양식 등을 도입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성장을 재현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여기서 포장재기업인 동원시스템즈와 물류기업인 동원로엑스 등 신사업 계열사의 중요성이 떠오른다. 동원시스템즈와 동원로엑스는 합병 이후 사업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배치돼 투자 등이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김남정 부회장은 2013년 동원그룹 경영에 본격 관여하기 시작했는데 향후 물류와 포장사업이 미래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고 여러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2013년 한진피앤씨와 테크팩솔루션, 미국 탈로파시스템즈를, 2015년 베트남 포장재 기업 탄티엔패키징과 미잉비에트패키징을 인수하면서 고기능성 캔과 2차전지 캔 사업에 투자했다.
포장사업의 핵심 계열사인 동원시스템즈는 2021년 4월 2차전지용 캔을 제조하는 MKC를 인수했다. 2022년 2년 1월 21700 규격의 원통형 배터리 캔의 내식성을 높이는 기술을 업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2차전지 소재부품 기업으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물류에서는 2016년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서 냉장유통 중심의 물류산업을 항만하역, 화물운송, 창고보관, 국제물류 등의 종합 물류 사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동부익스프레스는 2019년 동원로엑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동원로엑스는 최근 중요해진 콜드체인(저온유통체계) 물류에 집중하고 있다. 1인가구 증가와 고령화 등 사회구조 변화의 영향으로 신선식품과 의약품 공급 등 콜드체인 물류수요는 나날히 증가하고 있다.
동원산업은 10월1일을 합병기일로 정하고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는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합병비율을 따른다면 김남정 부회장이 지분 48.43%를 확보해 합병법인의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