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패션업계는 크게 의류제조업, 의류유통업, 브랜드사업으로 나눠볼 수 있다. D2C나 OEM, 패션몰처럼 각자 분야에 전문화된 회사들이 있는 반면, 이들 모두를 아우르는 종합패션기업도 있다.
대표적 종합패션기업을 꼽으면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 LF, 삼성물산패션이다.
2010년대 이후 국내 패션업계는 성숙기에 접어 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라인 패션몰이 오프라인 패션을 삼키고 오프라인 패션의 영역은 초저가와 명품으로 양극화되는 추세도 나타났다.
무신사로 대표되는 온라인 패션몰은 동대문과 신진디자이너 상품을 고객에게 빠르게 연결하면서 급성장한 반면에 대리점과 직영매장에 바탕을 둔 종합패션기업은 고전했다. 2017년부터는 패션업계 전체가 역성장하는 조짐까지 나타났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20년 한국 패션시장은 40조8천억 원으로 추정돼 2019년보다 2% 줄었다. 통계청 조사에서 2020년 온라인쇼핑 의류 거래액이 15조154억 원을 보여 전년보다 3.6%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그만큼 오프라인 거래는 크게 줄었다는 말이다.
종합패션기업들은 이런 위기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 한섬의 사례가 답이 될 수 있다.
한섬은 전략적 방향을 크게 흔들지 않았다. 2010년 이후 패션업계 성장이 둔화하고 업계 주도권이 온라인 패션몰로 넘어가는 변화의 바람에도 부화뇌동하지 않았다.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백화점과 로드샵 매출 감소로 실적이 주춤하기도 했으나 오히려 온라인 한섬닷컴을 키우는 기회로 삼아 ‘정통패션기업의 온라인전략은 이런 것이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정예화된 자체브랜드와 충성고객을 경쟁 원천으로 삼은 덕이다. 여성복 브랜드로 타임, 마인, 시스템, SJSJ 등을 보유하고 있고, 남성복에는 타임옴므, 시스템옴므 등이 대표적이다.
주요 고객층은 직장인 여성이다. 한섬의 간판 브랜드인 타임도 이들을 겨냥한다. 타임은 10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대에도 노세일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덕분에 국내 브랜드로는 드물게 중고시장에서 가격 방어가 가능한 국내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한섬의 프리미엄 전략은 의외로 단순한데 좋은 원단을 쓰고 마감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한섬에만 500여 명의 디자이너가 있는데 전체 직원의 40%를 차지한다. 한섬이 디자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한섬의 철학은 온라인채널 전략에도 영향을 줬다. 온라인채널로 전환에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인 한섬이었지만 필요성이 대두되자 한섬닷컴을 새단장하고 수도권 물류센터 등 구축하는 빠른 대응력을 보여줬다.
한섬닷컴에서도 노세일 원칙을 이어갔으며 2020년부터는 현대백화점식 VIP제도를 도입, 등급에 따라 프리미엄 시착과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한섬 핵심고객층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섬은 1987년 설립된 의류제조기업이다. 1996년 코스피에 상장해 2005년에는 포브스아시아가 선정한 아시아 200대 유망 중소기업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런 평판을 눈여겨본 현대홈쇼핑이 2012년 한섬의 지분 34.6%를 4200억 원에 인수하면서 현대대백화점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그렇다고 자체 브랜드 육성에만 목을 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입과 라이선스사업도 전개하고 있는데, DKNY, 발리, 타미힐피거, 랑방, 클럽 모나코 등이 대표적 수입 브랜드다. 라이선스사업으로 랑방컬렉션을 운영하면서 골프웨어 브랜드 랑방블랑도 론칭했다.
이런 한섬조차도 심상치 않게 지켜보고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삼성물산패션이다. 한섬은 최근 삼성물산패션에서 해외패션전략을 주도했던 임원을 영입하면서 삼성물산패션의 전략을 배우려는 움직임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