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칭화유니그룹 계열 반도체기업 YMTC의 낸드플래시 공장 조감도. |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선봉에 서 있는 칭화유니그룹이 최근 파산 위기를 겪은 뒤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등 반도체사업 전략에서 큰 폭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이 메모리반도체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시스템반도체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이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16일 “칭화유니그룹이 대규모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자오웨이궈 회장의 영향력은 약해지고 있다”며 “계열사인 유니삭의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칭화유니그룹 계열 모바일프로세서 전문업체인 유니삭은 자오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고 기존에 글로벌 부사장을 맡던 인물이 새 대표이사에 올라 역할을 대체한다고 발표했다.
유니삭은 칭화유니그룹에서 과거 인수한 스프레드트럼과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합병해 설립한 시스템반도체기업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프로세서를 공급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자오 회장의 향후 역할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칭화유니그룹의 반도체사업과 관련해 사실상 손을 떼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칭화유니그룹이 지난해 파산 위기를 맞았다가 중국 국영펀드의 투자를 받아 회생에 성공하는 과정에서 자오 회장이 회생 계획을 강력하게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칭화유니그룹이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무리한 투자를 벌여 파산 위기에 빠지게 된 책임도 자오 회장이 질 수밖에 없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말 중국 국영펀드의 투자를 받아 회생하게 된 뒤 반도체사업에 대대적 전략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보다 시스템반도체에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는 방향성이 뚜렷해졌다.
칭화유니그룹 회생을 이끈 중국 국영 사모펀드 투자사 JAC캐피탈과 와이즈로드캐피털은 메모리반도체 투자 계획을 취소하고 당분간 시스템반도체 계열사인 유니삭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미국의 무역 압박으로 칭화유니그룹이 메모리반도체 첨단 기술을 확보하기 어려워진 점도 이런 전략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칭화유니그룹은 당초 일본에서 메모리반도체인 D램 전문인력을 대거 영입해 기술력을 확보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지만 미국의 압박으로 첨단 반도체장비를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계획을 철회했다.
D램 전문기업이었던 일본 엘피다메모리 출신의 유키오 사카모토 CEO도 이 때문에 칭화유니그룹에 영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를 떠났다.
칭화유니그룹 계열 낸드플래시 전문업체인 YMTC에서 추진하던 240억 달러(약 29조 원) 규모 대형 3D낸드 공장 설립 계획도 자금난이 장기화되면서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결국 칭화유니그룹이 대규모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가 필요한 메모리반도체사업을 사실상 포기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 중국 칭화유니그룹 계열 시스템반도체회사 유니삭의 제품 이미지. |
반면 유니삭은 세계 모바일프로세서 점유율 4위권 기업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시스템반도체 설계기업 직접 공장도 운영하지 않아 시설투자 부담이 크지 않다.
따라서 당장 반도체사업에 투입할 자금이 부족한 칭화유니그룹이 유니삭을 키워 시스템반도체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은 합리적 선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칭화유니그룹의 이런 전략 변화에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글로벌 D램과 낸드플래시시장에서 각각 1,2위 점유율을 차지한 기업으로 메모리반도체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의 영향이 큰 메모리반도체시장 특성상 칭화유니그룹이 예정대로 대규모 시설 투자를 통해 물량공세를 벌인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YMTC의 낸드플래시 기술력도 단기간에 한국 반도체기업을 추격하고 있었던 만큼 대규모 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심각한 공급 과잉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을 궁극적 목표로 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고객사 수요를 지켜내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결국 중국 반도체 굴기의 중심에 섰던 칭화유니그룹이 시스템반도체 중심으로 완전히 사업 전략을 전환하게 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삼성전자는 자체 브랜드 모바일프로세서 ‘엑시노스’의 경쟁력과 시장 확대에 더욱 큰 난관을 만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모바일프로세서 시장 점유율은 이미 지난해 기준으로 유니삭에 밀려 5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칭화유니그룹이 유니삭 성장 전략에 속도를 낸다면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실적에서 자체 시스템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D램과 낸드플래시에 비교해 현저히 적기 때문에 큰 틀에서 보면 칭화유니그룹의 전략 변화는 한국 반도체산업 전반에 호재로 꼽힌다.
YMTC는 당분간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원에 의존해 반도체산업을 지속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