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보유하던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을 맞교환하면서 ‘남매경영’ 체제가 공식화됐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남매 경영’의 성적표에 따라 향후 후계구도를 구체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용진과 정유경 신세계 경영권 경쟁 본격화, 이명희 선택은?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을 앞으로 남매에게 어떻게 증여할지 주목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인 이명희 회장이 남매의 지분 맞교환을 통해 경영능력을 시험해보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주식 18.22%를 각각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회장은 이번 거래에서도 아들과 딸의 지분만 맞교환하게 했을 뿐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정 부회장과 정 사장에게 증여하지 않았다. 앞으로 두 사람의 경영성과를 면밀히 따져보고 지분을 증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동생인 정 사장에게 경영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회장은 그동안 정 부회장에게 신세계그룹 경영을 전반을 사실상 맡겨 왔다.

정 부회장은 2000년 부사장이 된 뒤 6년 후 그룹 부회장에 오르는 등 등 빠르게 승진했다. 하지만 정 사장은 부사장으로 승진이 오빠보다 5년 늦었고 지난해 12월 백화점 사장으로 승진하는 데도 7년이 걸렸다.

정 사장은 백화점 경영에서 어느 정도 능력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1분기 이마트 매출은 1%대 성장에 그친 반면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3%대로 증가했다.

정 사장은 4천억 원가량이 투자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센텀시티점 증축의 마무리 작업을 주도했다. 정 사장의 첫 작품으로 꼽히는 강남점은 3월 리뉴얼한 뒤 10일 만에 200만명의 고객을 끌어모으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신세계의 시내면세점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람도 정 사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 사장은 경영능력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거의 없었다”며 “앞으로 정 사장이 신세계백화점 경영에서 좋은 성과를 낸다면 후계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이 남매간 계열분리 작업에 속도를 내는 데는 본인이 적지 않은 나이인데다 최근 재계에서 경영권 분쟁이 잦아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이 회장은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바로 밑동생인데 올해 만 73세다.

  정용진과 정유경 신세계 경영권 경쟁 본격화, 이명희 선택은?  
▲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두 남매에게 어떻게 증여할지도 주목된다.

이는 두 사람이 증여세나 상속세를 낼 수 있는 여건과 전략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신세계 지분 18.22%(179만4186주)와 이마트 지분 18.22%(508만94주)를 각각 보유하면서 여전히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보면 4월29일 종가 기준으로 신세계 지분 평가액은 3795억원, 이마트 지분 평가액은 9322억원에 이른다.

2일 이마트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500원(0.27%) 오른 18만4천 원에 거래를 끝낸 반면 신세계 주가는 4천원(-1.89%) 떨어진 20만7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남매의 지분교환에 대해 주식시장에서 일단 오빠에겐 긍정적 신호를 보였지만 동생에게는 ‘물음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면세점 이슈가 신세계 주가의 하락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남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신세계 주가가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