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미국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푸틴이 '전쟁'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내비치자 미국은 유례없는 제재를 예고했다.
러시아는 배터리 원재료로 쓰이는 니켈과 알루미늄의 주요 생산국가여서 제재가 이뤄질 경우 국내 배터리 3사에 미칠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가운데),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 |
이에 배터리 3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쟁 발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이날 기준 니켈가격은 톤당 2만3400달러로 1년 전보다 32.7% 올랐고 알루미늄 가격은 톤당 3043달러로 지난해보다 54.2% 상승했다.
니켈과 알루미늄 가격의 상승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전쟁위기감이 커지면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미국이 대규모 제재를 시사하고 있어 러시아의 니켈과 알루미늄 수출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제조에 활용되는 정련니켈 기준으로 세계 1위 생산국이다. 니켈 광산 매장 추정치는 세계 3위 규모다. 또 알루미늄 생산량은 세계 2위에 올라 있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미국이 제재를 가하면서 니켈과 알루미늄 가격이 폭등한 적도 있다.
국내 배터리3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는 러시아 제재가 이뤄진다면 배터리 원재료 상승에 따른 부담이 당분간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마진을 포함한 리튬이온배터리 셀 원가는 재료비가 63%로 가장 크다. 이밖에 운영비 18%. 판관비 6%, 기타 3%로 구성된다.
재료비 가운데 비중은 양극재 52%, 음극 14%, 분리막 16%, 전해질 8%, 기타 10%이다.
특히 니켈과 알루미늄은 양극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국내 배터리 3사는 사업경쟁력 유지를 위해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배터리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장기공급계약과 수입처 다변화,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더욱 힘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지난해부터 호주와 북미 등에서 장기 구매와 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원재료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대책에 앞으로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관계자는 “원소재 원가절감과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리사이클링 전문업체와 국내사업장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중국 EVE에너지와 양극재 합작법인을 세우는 방식으로 원재료 수급의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또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BMR)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21년 12월 BMR추진담당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까지 BMR사업에서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 3천억 원을 거둘 수 있도록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국내 배터리 3사는 완성차기업인 현대자동차와 함께 민관협의체 형태의 ‘폐배터리 재사용 얼라이언스’를 출범해 협력한다는 방침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폐배터리 재사용 얼라이언스는 국내 최초의 배터리 재사용-재제조-재활용 일원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올해 3월에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세 불안이 아니어도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라 배터리 원재료는 상승추세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원재료 조달을 안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