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덕 한섬 대표이사가 화장품과 향수 등으로 뷰티 라인업을 확대하며 한섬의 고급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섬의 매출 성장세가 가팔라 김 대표는 사업 추진에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한섬 뷰티 라인업 확대, 김민덕 화장품 향수 고급화로 승부

▲ 김민덕 한섬 대표이사.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섬은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4천억 원을 내 사상 최대실적을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섬은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2012년만 해도 매출 4963억 원을 냈다. 증권사 추정을 보면 10년만에 매출이 176.3% 늘어나는 것이다.

서현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존 브랜드인 타임, 마인, 시스템 외에도 랑방컬렉션 및 더캐시미어 등 브랜드들이 매출 성장을 이끈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김민덕 대표가 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을 낼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그동안 꾸준히 유지한 고급화 전략이 꼽힌다.

한섬은 고품질 디자인을 위한 조직체계를 갖추는 등 고급화 전략에 공을 들여왔다.

한섬의 디자이너 인력 규모는 약 500명 가량으로 패션업계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타임사업부, 잡화사업부, 캐주얼사업부, 해외패션1·2사업부 등 사업부의 수장을 맡은 임원들도 디자이너 출신이 다수 포진하는 등 디자이너 중심의 조직체계를 구축해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는 소비자에게는 명품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할인을 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며 '중요고객'에게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김 대표는 2020년 초 자사몰 '더한섬닷컴'에 VVIP 멤버십 등급인 '더 스타'를 새로 만들었다.

더 스타 등급은 구매액 상위 100명의 고객들로 구성되는데 전담 상담사 배치, 고급 세탁 서비스, 스타일링 클래스, 무제한 무료반품 혜택, 생일선물, 더한섬하우스 라운지 이용권, 50만 원 상당의 구매권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할인 없는 정책을 지키는 대신 다른 패션업계가 제공하지 않는 최상급의 서비스로 보상하는 셈이라고 볼 수 있다.

김 대표의 전략은 더한섬닷컴의 약진으로 이어졌다. 2015년 60억 원이던 거래액은 2020년 1850억 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약 30%가 더 늘어나 2400억 원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한섬은 올해에도 고급화 전략을 이어나가며 카테고리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가장 먼저 준비하고 있는 것은 니치향수(소수의 취향을 위한 고급 향수)사업이다. 

니치향수는 천연향료나 희귀성분 등의 고급원료로 만들어 합성향료가 쓰인 일반향수보다 풍부하고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어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 초반~ 2000년대 초반 태생)에서 유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상반기 프랑스의 니치향수 편집숍 ‘리퀴드퍼퓸바’의 상품을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리퀴드퍼퓸바가 다루고 있는 26개 향수 브랜드 가운데 대표 향수 브랜드 ‘어비어스(Obvious)’, ‘프라팡(Frapin)’ 등 10여 개의 니치향수 브랜드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LF도 니치향수 전문 편집숍 조보이(JOVOY)를 2월 론칭을 발표하면서 니치향수시장 공략에 나섰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9개의 수입향수 브랜드를 유통하고 있어 올해는 향수시장에서 패션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한섬이 지난해 진출한 화장품사업에서도 브랜드를 추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섬이) 현대바이오랜드와 협업으로 화장품 브랜드의 4분기 출시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현대바이오랜드는 현대백화점그룹이 2020년 인수한 화장품 원료기업으로 국내 화장품 원료 1위 기업이다.

다만 한섬 관계자와 현대바이오랜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현재 두 회사가 협업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항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섬은 2020년 5월 클린젠코스메슈티칼을 50억 원에 인수하고 한섬라이프앤으로 사명을 바꾸며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한섬은 한섬라이프앤을 통해 2021년 8월 고급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Oera)를 출시하며 1987년 설립된 뒤 처음으로 패션 이외의 분야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의 고급화 전략은 한섬의 실적 증가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에서는 한섬이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3814억 원, 영업이익 1372억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1년 실적 추정치보다 매출은 0.7% 늘어나고 영업이익은 6.8% 줄어드는 것이다.

김민덕 대표는 1967년 태어나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기획조정본부 경영관리팀장과 경영전략 및 지원담당 등을 거친 전략 및 재무 전문가다. 2017년 한섬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지원본부장을 지낸 뒤 2019년 11월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