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기자 cyc0111@businesspost.co.kr2022-01-17 16: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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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가 2022년 들어 해외 벤처기업에 지분투자를 확대하며 사업형 투자회사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SK네트웍스는 사업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판단 아래 매년 1조 원가량의 매출을 내던 철강무역을 과감히 접기로 했는데 해외 벤처기업 지분투자를 통해 지분이익 극대화뿐 아니라 새 사업기회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17일 SK네트웍스에 따르면 사업형 투자회사로 변신한다는 전략에 따라 지난해 말 확대 재편한 글로벌투자센터 조직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시딩(seeding) 투자'를 늘려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딩투자란 헤지펀드를 통해 진행하는 벤처기업 투자를 말한다.
SK네트웍스는 시딩 투자자로서 신생 헤지펀드에 투자금을 대고 종합상사로서 노하우를 살려 마케팅, 상품개발 등까지 지원하며 벤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SK네트웍스는 2017~2018년부터 사업형 투자사 전환을 구상해 왔는데 올해부터 본격적 행보에 나서는 셈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SK그룹에서 SK네트웍스는 SK이노베이션처럼 공정거래법 상 중간지주사는 아니지만 투자형 지주사와 같은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의 주력사업으로 성장한 SK매직과 SK렌터카 같은 자회사를 더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마침 SK네트웍스는 올해 6월 말 기존 철강무역사업을 종료하기로 해 사업형 투자사 전환에 한층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철강 제조사의 직거래 물량이 늘어나면서 SK네트웍스와 같은 무역상사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철강무역사업의 영업이익률이 낮기 때문에 SK네트웍스는 연간 매출 규모가 1조 원이 넘는 철강무역사업을 과감히 정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SK네트웍스는 이미 국내 벤처기업에 투자해 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해외 벤처기업 투자를 통해서도 지분투자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SK네트웍스가 2018년 3월 마켓컬리를 운영하고 있는 컬리에 81억 원을 지분투자했는데 2020년 말에는 404억 원의 가치로 평가받고 있다.
SK네트웍스 다른 관계자는 "미래 성장가능성이 있는 벤처기업 투자를 통해 투자이익 뿐만 아니라 SK네트웍스의 렌털, 모빌리티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방안과 함께 새 사업기회 발굴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벤처 투자 확대는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의 아들인 최성환 사업총괄이 경영승계를 위한 사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최 총괄은 2021년부터 경영지원본부를 제외한 SK네트웍스의 전 사업부를 총괄하는 사업총괄을 맡고 있는데 경영승계의 명분이 될 수 있는 사업성과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총괄은 지주사 SK에서 사업모델(BM)혁신실 상무, 글로벌 사업개발실장을 지낸 만큼 이런 경험을 해외 벤처기업 투자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는 올해 1월 들어 이미 해외 벤처기업 2곳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SK네트웍스는 11일 인공지능 기반 뇌질환 진단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 엘비스가 진행한 1500만 달러 투자유치에 참여했다. SK네트웍스의 구체적 투자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흘 뒤인 14일에는 버섯 균사체를 활용해 친환경 대체가죽을 유명 패션브랜드에 납품하는 마이코웍스에 2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마이코웍스에 단행한 투자규모는 단일 벤처기업 투자로는 규모가 상당히 커 SK네트웍스가 이를 통해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SK그룹의 투자형 지주사 SK도 반도체소재, 그린(친환경), 바이오, 디지털 등을 4대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어 SK네트웍스의 투자방향도 이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호정 SK네트웍스 신성장추진본부장은 마이코웍스에 한 투자를 놓고 "과거 패션사업을 운영했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라이프스타일 소비재 관점에서 접근했고 대체가죽시장의 가치와 지속가능성 측면을 고려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