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익IPS가 전방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시장에서 진행되는 주요제품 세대교체를 타고 매출 성장 기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메모리반도체와 디스플레이패널 제조사들의 전체 투자 관련 전망은 밝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원익IPS는 장비 수요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분야에 영업능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익IPS 성장동력 계속, 반도체 디스플레이 세대교체는 장비공급 기회

▲ 이현덕 원익IPS 대표이사 사장.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내년 메모리반도체는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시장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D램 총 수요를 268억 GB(기가바이트), 총 공급을 279억 GB로 각각 예상했다. 공급이 수요를 웃돌면서 평균 판매가격(ASP)도 15% 하락할 것으로 봤다.

낸드플래시도 내년 총 수요는 7003억 TB(테라바이트), 총 공급은 7250억 TB로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며 평균 판매가격은 16%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원익IPS의 메모리반도체 주고객사들이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해 설비투자 속도를 다소 늦출 수 있다는 뜻이다.

디스플레이시장에서는 2021년 상반기까지 코로나19 특수효과로 높아졌던 TV용 LCD패널 가격이 하반기부터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이에 중국 패널회사들도 생산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익IPS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패널 증착장비와 열처리장비를 주로 공급하는 반도체 장비 생산업체이다. 

전방산업의 설비투자 조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원익IPS가 주력사업분야에서 장비를 팔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의미다.

다만 메모리반도체와 디스플레이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대교체가 원익IPS에게 불안한 업황을 넘어설 활로가 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원익IPS는 주고객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D램 양산 본격화에 집중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업계최초로 24Gb 용량의 DDR5 D램 칩 샘플을 출하했다. 앞서 삼성전자도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한 14나노 D램의 양산을 시작하며 DDR5 시장 선점에 나섰다.

DDR5는 DDR4를 잇는 D램의 새로운 규격을 말한다. DDR5 규격에서 생산되는 D램은 기존 DDR4 제품과 비교해 데이터 전송속도가 2배가량 빠르면서도 전력소모는 오히려 더 적다. 

시장 조사기관 옴디아는 DDR5 D램 비중이 2022년 10%에서 2024년 43%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익IPS로서는 고객사들이 새 규격의 D램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설비교체 투자에 따른 장비 수요 증가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패널시장에서도 원익IPS가 장비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스마트폰과 TV디스플레이 패널 시장도 LCD에서 올레드(OLED)로의 세대교체기를 맞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21년 스마트폰 출하량을 지난해보다 5% 증가한 14억1천만 대로 예상했다. 부품 공급 부족이 지속되며 애초 예상치(14억5천만 대)를 밑돌 것으로 봤다.

그러나 올레드패널을 탑재한 스마트폰은 2021년 출하량이 6억1천만 대로 지난해보다 3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2년에는 7억 대로 올해 전망치보다 출하량이 14% 늘면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도 전망했다.

2022년 TV용 올레드패널 출하량도 지난해보다 35% 늘어난 1083만 대로 예상됐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TV와 IT기기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완제품(세트) 생산회사들이 올레드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익IPS로서는 스마트폰과 TV에 각각 장착될 중소형 올레드패널과 대형 올레드패널 생산장비의 판매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내년 퀀텀닷올레드(QD-OLED)TV를 앞세워 올레드TV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것도 원익IPS로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에서 퀀텀닷올레드패널을 조달하는데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원익IPS의 고객사이기 때문이다.

두 고객사는 원익IPS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9월말 기준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원익IPS 지분 3.77%를 각각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비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원익IPS가 삼성전자의 공격적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 확대에 수혜를 볼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원익IPS의 전체 매출에서 비메모리반도체용 장비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익IPS의 비메모리용 장비 매출 비중이 2019년 6%에서 2021년 11%, 2022년 15%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20조 원가량)을 들여 파운드리 신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확정하는 등 파운드리 투자를 더욱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파운드리 자본지출투자(CAPEX) 집행금액이 예상보다 늘어나는 추세여서 장비 발주 모멘텀이 본격화하면 원익IPS가 수혜를 볼 것이다”고 봤다.

원익IPS는 2016년 연결기준 매출 2441억 원을 거뒀는데 2020년 1조909억 원을 내 처음으로 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도 1조2831억 원의 매출을 거둬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