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정유경, 신세계의 '색다른 남매경영' 성공할까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1월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6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내빈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국내 재벌그룹에 오너 3세 경영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후계 구도에서도 ‘승자독식’ 현상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형제뿐 아니라 남매들끼리 후계경쟁 구도가 생겨나는 일도 드물지 않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경영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오너3세들 가운데 ‘남매경영’으로 올해 단연 주목받는 곳은 신세계그룹이 꼽힌다.

이명희 회장이 주요 계열사 최대 지분을 보유해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실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말 이 회장의 딸인 정유경 부사장이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정용진=마트사업, 정유경=백화점사업’의 구도가 형성됐다.

두 사람이 앞으로 경영권 경쟁을 벌이게 될지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정 총괄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보폭을 넓힌 만큼 경영능력을 놓고 비교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은 한 핏줄 남매지만 경영 스타일은 상당히 다르다.

정 부회장이 ‘소통형’ ‘공격형’ ‘돌출형’이라면 정 총괄사장은 ‘은둔형’‘ 신중형’ ‘정석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 성격 차원에 그치지 않고 기업경영에서도 상반된 색채를 보여준다. 신세계그룹은 소비자 접점이 많은 유통기업이어서 남매의 경영스타일이 더욱 두드러지게 보인다.

대표적 예가 ‘정용진표’ 할인매장인 일렉트로마트다. 일렉트로마트는 ‘남성’과 ‘놀이’를 접목한 신개념 가전 할인매장이다.

정 부회장은 일산 이마트타운에서 일렉트로마트 첫 선을 보인 뒤 유통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정 부회장은 오는 3월 부산 센텀시티 B부지에 일렉트로마트 2호점을, 4월 서울 영등포 이마트점에 3호점을 연다.

일렉트로마트는 유통업계 라이벌인 롯데그룹이 롯데하이마트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대항마’이기도 하다. 물론 정 부회장이 일렉트로마트를 통해 롯데하이마트의 아성을 넘기는 힘들어 보인다. 롯데하이마트는 2014년 기준으로 점포가 480개나 되고 점유율도 49%를 차지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후발주자로서 약점을 공격적 차별화 전략으로 만회할 뜻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세계푸드를 '매출 1조 원'으로 키운 뒤 2023년까지 5조원으로 늘려 신세계백화점·이마트를 잇는 그룹의 3대 핵심 계열사로 육성한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정 부회장은 그 동안 인수합병에 소극적이라는 편견을 깨고 인수합병에도 적극 뛰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정 부회장은 재계에서 오너 경영인 가운데 둘째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SNS 등에도 적극 참여하는 소통형 CEO다. 정 부회장은 설 연휴가 있던 지난 6일 ‘적진’인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깜짝 방문해 SNS에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7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이 홍보라인을 거치지 않고 때로 돌출적으로 소통에 활발하게 나서는 바람에 구설수도 적지 않다.

정 부회장은 최근 한 레스토랑에서 찍은 사진과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외국인 여성 종업원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해석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정용진 정유경, 신세계의 '색다른 남매경영' 성공할까  
▲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정 부회장이 자충수도 없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대중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반면 여동생인 정유경 총괄사장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이미지를 풍긴다.

정 총괄사장은 지난해 말 신세계그룹 인사에서 백화점 사업을 총괄하게 되면서 최근 신세계의 서울 시내면세점사업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디에프가 특허권을 따낸 서울 시내면세점이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정 총괄사장은 5월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내부공사 상황과 입점현황 등을 꼼꼼히 둘러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괄사장은 여전히 대중은 물론이고 언론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와 관련 기사에도 수년 전 찍은 것으로 보이는 똑같은 사진 한 장 실리는 게 전부다. 정 부회장이 셀카는 물론 아들임을 짐작케 하는 사진까지 공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 총괄사장은 과거 6년 부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도 극도로 노출을 꺼렸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 정 총괄사장이 오빠를 배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정 총괄사장이 이런 은둔경영 행보를 올해도 계속 이어갈지 주목된다. 정 총괄사장이 백화점뿐 아니라 의류사업을 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아울렛을 운영하는 신세계사이먼 등 계열사 10여 곳을 올해부터 책임지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경 총괄사장은 디자인학교를 나와 세련된 패션감각을 소유했다는 평가가 많다”며 “올해 독자적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만큼 면세점 오픈과 화장품 브랜드 론칭 등 소비자 접점이 많은 행사에서 경영책임자로서 뿐 아니라 브랜드를 알리는 얼굴로 나설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