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이 더 많은 소비자가 접근할 만큼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마이크로LEDTV를 선보일 수 있을까?
마이크로LEDTV는 그동안 나온 TV들의 단점을 개선한 최고의 TV로 꼽히지만 비싼 가격이 ‘옥의 티’다. 삼성전자가 마이크로LEDTV를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더 낮은 가격을 내세울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 |
1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정용 110인치 마이크로LEDTV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하반기 70~90인치대 제품을 새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 TV사업을 책임지는
한종희 사장은 소형화한 마이크로LEDTV 수요에 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70인치, 80인치 제품이 나오면 상당히 잘 팔릴 것이다”고 말했다.
마이크로LEDTV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미세한 발광 다이오드(LED)소자 하나하나를 화소로 삼은 TV를 말한다.
높은 명암비, 올레드(OLED)TV에 비해 긴 수명 등 장점이 많지만 단점도 하나 존재한다. 바로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현재 판매하는 110인치 마이크로LEDTV는 한 대 가격이 무려 1억7천만 원에 이른다.
현재 대표적 수입차 BMW의 대형세단 모델 7시리즈 가격은 사양에 따라 1억3870만~1억6700만 원대로 매겨져 있다. 마이크로LEDTV가 웬만한 고급차보다 비싸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높은 가격은 한 사장이 마이크로LEDTV시장을 넓혀가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파악된다.
시장 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마이크로LEDTV 판매량이 1천 대 아래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시장 조사업체 디스플레이공급망컨설턴트도 마이크로LEDTV시장이 내년에도 1억 달러 규모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디스플레이공급망컨설턴트는 “마이크로LEDTV는 가격 경쟁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정극장(홈시어터) 애호가 사이에서 인기를 얻어도 주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사장이 준비하는 다음 마이크로LEDTV의 가격이 성능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TV를 소형화하면서 가격 절감을 위한 공정 개선에도 공을 들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마이크로LEDTV가 비싼 이유는 LED소자 하나하나를 기판에 심어 TV로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마이크로LEDTV에는 LED소자가 대당 800만 개 이상 적용된다.
▲ 승현준 삼성리서치소장 사장이 1월 열린 CES2021에서 삼성전자 110인치형 마이크로LEDTV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
최용훈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110인치 마이크로LEDTV를 공개하면서 “마이크로LEDTV 생산량과 관련해서는 얼마나 미세한 칩들을 얼마나 빠르게 심을 수 있느냐가 열쇠”라며 “양산과 관련된 공정기술은 확보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LCDTV를 처음 도입했을 때 30~40인치 제품이 1천만 원대였는데 현재는 20만~30만 원 수준”이라며 “마이크로LEDTV 가격은 많은 기업들이 뛰어든다면 급격하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TV·생활가전) 대표이사 사장도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마이크로LEDTV 가격을 일반 소비자가 찾을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전자업계에서는 향후 수 년 안에 마이크로LEDTV의 가격이 여느 프리미엄 제품과 비슷한 정도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올해 하반기 나올 70~90인치대 마이크로LEDTV의 경우 이전 제품의 가격이 워낙 높은 만큼 가격 인하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IT매체 톰스가이드는 “삼성전자 최초의 마이크로LEDTV는 말도 안 되게(insanely) 비싸다”며 “곧 출시될 더 작은 모델들의 가격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마이크로LEDTV는 비싼 가격을 제외하면 가장 완벽에 가까운 TV로 여겨진다.
기존 액정 디스플레이(LCD)TV는 뒷면에 탑재된 발광체(백라이트)에서 나오는 조명으로 화면을 밝히는 구조로 만들어진다. 항상 화면에 조명이 있기 때문에 완전한 검은색을 표현하기 어렵다. 또 발광체 때문에 제품 두께를 얇게 만드는 데도 한계가 있다.
반면 마이크로LEDTV는 화소 역할을 하는 LED소자 각각의 빛을 따로 제어할 수 있어 세밀한 명암비 구현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밤하늘을 표현할 때 별과 달이 있는 부분의 소자는 밝은 빛을 내고 그렇지 않은 부분의 소자는 빛을 끄게 되는 것이다.
화소 하나하나가 빛과 색을 내는 부분은 올레드TV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올레드TV는 유기소자를 사용하는 만큼 화소 열화현상(번인)에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마이크로LEDTV에 적용되는 LED소자는 무기물 소재로 만들어져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마이크로LEDTV는 앞으로도 삼성전자 TV 중 가장 높은 위치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향후 퀀텀닷(QD)디스플레이 기반 신제품을 내놓을 경우 마이크로LEDTV, 퀀텀닷디스플레이TV, 미니LEDTV 네오QLED, 기존 LCDTV QLEDTV 등으로 이어지는 제품군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