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증권가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기업공개시장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거래소에서 비윤리적 기업의 상장을 막기 위한 장치로 ESG요소를 들여다보는 것에서 나아가 실질적 투자가치 측정에서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 오너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것은 SK매직의 경영 안정성에 관한 우려 등으로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SK네트웍스가 자회사 SK매직과 SK렌터카 등과 통합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점, SK네트웍스가 SK매직 지분 100%를 들고 있는 모회사인 점 등을 볼 때 기업가치 평가에 손상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SK매직은 애초 회사의 실적 성장 등을 두고 ‘최신원 매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등 최신원 회장이 주도적으로 키워낸 사업이다.
최 회장은 2016년 SK네트웍스 경영에 복귀한 뒤 첫 인수합병으로 그 해 11월 가전렌털기업 동양매직을 사들였다. 그리고 회사 이름을 SK매직으로 바꿔 종합상사에서 종합렌털기업으로 변화를 추진했다.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 LPG충전소사업, 에너지마케팅도매사업 등을 모두 매각하고 SK매직을 중심으로 한 렌털사업에 기업의 미래를 걸었다.
SK매직은 최근 몇 년 동안 기업공개 이슈를 놓고 관심을 받아온 기업이다.
SK매직이 2020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올해 기업공개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이번 ‘오너 리스크’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SK매직은 2018년 이미 기업공개를 위한 상장주관사 선정을 마친 뒤 상장시기를 조율해왔다.
2020년 안에 기업공개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었는데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위축도 있었고 SK그룹 식구인 SK바이오팜에 순서를 내주면서 상장 추진이 미뤄졌다.
하지만 SK매직은 2020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매출 1조 원을 넘어서면서 렌털사업의 성장 잠재력과 기업 안정성을 시장에 확인시키며 확실한 ‘청신호’를 받아들었다.
최근 기업공개시장 분위기도 좋다. 주식시장에서 일반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이 계속되면서 몸값을 높여 공모시장에 나서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SK매직 기업공개를 위한 채비를 다지는 모습이 엿보였다.
모회사 SK네트웍스가 2020년 말 임원인사에서 그룹 내 재무 전문가인 윤요섭 대표를 SK매직에 배치하면서 내부적으로 기업공개 추진의 고삐를 죄고 있다는 시선이 나왔다.
최신원 회장도 2021년 신년사에서 “2021년에는 그동안의 노력을 ‘파이낸셜 스토리’로 구체화하고 자본시장과 소통을 강화해 회사의 실질적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며 “이를 위해 SK매직의 한 단계 더 높은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해 기업공개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요섭 SK매직 대표이사는 2월 회사의 2020년 실적발표 뒤 기업 성장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기업공개는 이런 투자자금을 마련할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SK매직은 다시 한 번 실적과 사업 잠재력 등 부분에서 기업공개 추진의 적기를 받아들고도 기업공개 시동을 거는 데 주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투자업계에서는 그동안 최신원 회장의 법적 리스크에도 SK매직의 기업공개 흥행 가능성을 높이 점쳐왔는데 최 회장의 구속으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SK매직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때 기업공개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던 만큼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SK매직 관계자는 “기업공개와 관련해 정해둔 일정이 없다”며 “올해는 가정용 식물재배기사업 등을 비롯한 신사업 확장에 더 힘을 쏟을 계획이고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공개는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신원 회장은 SK네트웍스를 비롯해 SKC 등 그가 경영해온 회사들에서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17일 구속됐다.
법원은 최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피의자가 피의사실과 같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지위를 이용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도 된다”며 “범죄의 규모와 관련 회사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