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가 보호하는 예금의 한도를 높이는 방안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예금보호 한도가 20여 년 가까이 바뀌지 않았던 만큼 이제는 상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예금보험공사에서는 금융시장 혼란 등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지키고 있다. 
 
예금보호한도 1억 상향 국회에서 논의 재개, 예금보험공사는 신중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예금보호 한도를 현재 5천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으로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상 예금보호 한도는 1인당 국내총생산액과 보호되는 예금 규모 등을 고려해 결정되는데 양쪽 모두 현재 한도가 결정됐던 2001년보다 훨씬 늘어났다는 것이다.

예금보호제도는 은행, 증권, 보험사, 저축은행 등의 금융기관이 파산 등으로 예금을 지급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일정 한도 이내의 예금 지급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예금보험공사는 평소 금융기관으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예금보험기금을 조성했다가 금융기관이 예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예금을 대신 지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1997년 예금보호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는 전액 지급을 보장했지만 2001년 5천만 원으로 예금보호 한도가 조정된 이후 19년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9년 동안 국민소득과 전체 예금규모가 크게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예금보호 한도도 5천만 원보다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금융기관에 맡기는 돈도 증가한 만큼 예금보험공사에서 보호하는 예금한도도 높아져야 제도의 실효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잠정 1인당 국내총생산액은 2019년 기준 3만1681달러로 2001년 1만3645달러보다 2.3배 이상 늘어났다.  

금융권 전체의 부보예금(예금보호를 받는 예금) 잔액도 2020년 3월 기준 2338조8천억 원으로 2002년 4월 631조 원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조 의원은 법안 발의문에서 “예금보험금의 한도를 1억 원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결정하게 만들어 경제환경의 변화를 반영하면서 예금자 보호를 강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8월에 내놓은 ‘2020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예금보호 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경제 성장의 상황과 시중자금의 이동 추이 등을 고려하면서 예금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호한도 조정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예금보험공사와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예금보호 한도를 조정하는 데 조심스러운 태도를 지키고 있다. 

예금보호 한도가 높아지면 금융기관이 예금보험공사에 내는 예금보험료도 늘어나면서 이 부담이 예금 이자 조정 등으로 소비자에게 떠넘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은행에 맡겨놓은 예금을 빼서 더욱 높은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 등으로 옮기면서 대규모 자금 이동이 일어나 금융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예금보호 한도의 확대는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충분히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예금보호 한도를 높이는 데 따른 부작용 등을 고려하면 신중하게 협의돼야 할 사안”이라며 “예금보험공사 안에서는 현재 이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