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철동, 글로벌 소재부품 1위 도약 LG이노텍 미래에 시동을 걸다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이 2020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1등 소재부품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LG이노텍은 국내 최초의 전자부품 회사로 2020년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이제 50년의 역사를 넘어 100년을 영속하는 최고의 소재부품 기업으로 뿌리를 내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정철동 사장은 이를 위해 미래 지속성장 기반을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존 주력사업은 고도화하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정리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며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LG이노텍은 크게 광학솔루션, 기판소재, 전장부품 등 3개 사업부문을 운영하고 있다. 카메라모듈, 포토마스크, 반도체기판, 모터·센서, 차량통신부품, LED 등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
정철동 사장은 LG이노텍의 사업구조를 적극적으로 구조조정하고 있다. 말 그대로 선택과 집중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에 역량을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소재부품 1위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지금까지 정 사장은 조명용 LED 사업 축소, 전자가격표시기(ESL) 사업 매각, 인쇄회로기판(PCB)사업 정리 등으로 사업을 효율화했다. 대신 카메라모듈과 기판소재 사업은 신규투자를 진행하는 등 주력사업을 강화했다.
◆ 정철동이 이끄는 LG이노텍, 애플 의존도 낮출 수 있을까
문제는 현재 LG이노텍의 매출구조가 글로벌 소재부품 1등 기업을 말하기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주력사업인 광학솔루션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이르고 전체 매출로 봐도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렇다 보니 애플 아이폰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적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 LG이노텍의 현실이다.
정철동 사장으로서는 이러한 구조를 넘어서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더욱이 애플은 부품 확보처를 다변화하는 추세라 언제까지나 LG이노텍이 애플만 바라볼 수 없다.
최근에는 LG이노텍의 경쟁사인 삼성전기가 애플 카메라렌즈 공급사로 선정된 사실이 알려졌다. LG이노텍의 애플 내 지위를 위협할 수 있어 정 사장으로서는 더욱 다급해졌다.
정 사장은 애플과 협력관계를 강화함과 동시에 중국시장에서 신규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광학솔루션 이외의 다른 사업을 키워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철동 사장은 5G통신시장 확대에 따라 초고주파(㎜Wave) 스마트폰용 안테나내장(AiP) 기판사업에 1천억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기판소재사업이 2분기 깜짝실적의 한 축을 이루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 사업 성장에 주력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코로나19에 따른 전방산업 침체로 아직 빛을 보고 있지는 못하지만 전장부품사업 역시 LG이노텍의 도약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다. 특히 전장사업은 LG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LG이노텍이 그룹 전략의 한 축을 맡았다는 점에서 중요성은 더욱 크다.
◆ 정철동이 바꿔놓은 LG이노텍, 주가도 실적 반영해 급등
정철동 사장이 취임했을 때만해도 LG이노텍 주가는 10만 원을 밑돌았다.
2019년 1월 초에는 장중 8만 원까지 밀려났을 정도로 주가가 부진했다.
하지만 2020년 7월10일 장중 18만1천 원으로 52주 신고가를 쓰는 등 주가는 크게 뛰어 올랐다.
2020년 8월24일 종가 기준으로도 15만5천 원으로 취임 당시보다 주가는 거의 2배 늘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약 17%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주가가 크게 올랐다.
경쟁회사인 삼성전기 주가 역시 50%가량 상승하며 약진했지만 LG이노텍의 주가 상승폭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LG이노텍의 주주 비중에서도 외국인투자자의 비중이 늘었다. 외국인투자자 비중은 2019년 1월 초 23% 수준이었으나 2020년 8월 말 현재 33% 수준으로 10%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최근 1년 동안 외국인투자자는 LG이노텍 주식 2324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이 1157억 원, 개인이 1113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 LG이노텍, 애플 아이폰 판매 호조 힘입어 역대 최고 실적까지
LG이노텍 주가는 정 사장이 취임한 뒤 애플 아이폰 부품 공급 성과에 힘입어 우상향 추이를 보였다.
특히 아이폰11 시리즈 판매가 호조를 나타낸 2019년 하반기에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아이폰11 시리즈에는 듀얼카메라뿐 아니라 평균 판매가격(ASP)이 높은 트리플카메라 모듈이 탑재되면서 LG이노텍 실적에 큰 힘이 됐다.
LG이노텍은 2019년 매출 8조3천억 원, 영업이익 4천억 원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최대 400%에 이르는 성과급도 지급했다.
정철동 사장 본인도 2020년 상반기에만 상여금 6억8천만 원을 포함해 12억6800만 원의 보수를 받아 2019년 연봉을 뛰어넘었다.
LG이노텍은 2020년 상반기에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업황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이 역대 최고 성과와 주가를 경신하는 등 건재함을 자랑하면서 LG이노텍 주가도 V자 반등에 성공했다.
LG이노텍은 상반기에 애플 보급형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SE의 영향을 받은 광학솔루션사업은 물론 기판소재 사업 성과에 힘입어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깜짝실적을 거뒀다.
여기에 하반기 나오는 애플 아이폰12를 향한 기대가 높고 5G스마트폰시장 확대에 따른 관련 기판소재 수요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생산현장 잔뼈굵은 정철동, 근본이 강한 회사 만든다
정철동 사장은 LG그룹의 생산 전문가다. LG반도체에서 경력을 시작했는데 공정기술팀장 등으로 일했다.
LG반도체가 현대전자로 넘어가자 대만의 파운드리업체 TSMC에 몸담기도 했다가 2004년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담당 상무로 영입됐다.
이후 생산기술센터장을 거쳐 최고생산책임자(CPO) 등을 지내며 업계 최고 수준의 LCD 생산 경쟁력을 확보하고 올레드(OLED) 분야 생산기반을 구축하는 등 빼어난 성과를 거뒀다.
이를 기반으로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으로 승진해 이동했고 LG화학에서는 B2B사업 경험을 쌓았다. 특히 유리기판, 수처리필터 등 신규사업을 조기에 안정화하는데 힘을 쏟았다.
2018년 말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된 이후에는 오랫동안 영속할 수 있는 ‘근본이 강한 회사’를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2019년 신년사에서 근본이 강한 회사의 비전을 제시한 뒤 동반성장 상생데이 등 행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 발간물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동일한 의지를 확인해 왔다.
업계는 ‘근본이 강한 회사’가 되겠다는
정철동 사장의 말이 애플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사업구조를 탈피하고 수익을 동반한 성장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한다.
정철동 사장은 LG이노텍의 조직문화 혁신에도 앞장선다. 취임 이후 매달 2번 전국 각지 사업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식사하며 대화하는 ‘오감톡’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직급 호칭을 없애고 수평적 호칭인 ‘님’으로 통일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