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대형증권사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역금융지주 계열사라는 점을 내세워 부산·울산·경남지역 투자금융영업에 집중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3일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8월까지 약 1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BNK투자증권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본은 투자금융(IB)부문 강화와 코로나19 위기대응을 위한 긴급영업자금으로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1분기 말 기준 BNK투자증권의 자본은 약 5500억 원에 이른다. 이번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BNK투자증권은 7천억 원에 가까운 자본력을 갖추게 된다.
증권사 수익에서 투자금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김 사장도 BNK투자증권의 투자금융부문을 키워 수익을 끌어올리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다만 BNK투자증권은 자본규모가 1조 원에도 미치지 못 하는 소규모 증권사이기 때문에 대형증권사와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점은 김 사장이 극복해야할 부분이다.
특히 기업공개,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등 투자금융업무는 증권사의 트랙레코드가 중요해 주관실적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어 대형증권사들이 실적을 거의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BNK투자증권을 부산·울산·경남지역 투자금융에 특화된 증권사로 키워 중소형증권사가 지닌 약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그룹인 BNK금융그룹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을 주축으로 한 부산·경남지역 금융지주인 만큼 지역기업과 관계를 쌓아 지역특화 증권사로 거듭나면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
지난해 말 BNK투자증권은 기업투자금융(CIB)센터에 ‘부울경영업그룹’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부산·울산·경남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업무를 연계한 영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기업금융부문에서 기업과 쌓아온 네트워크를 활용해 인수·합병(M&A),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투자금융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투자금융사업에서 수익성이 높은 대규모 거래를 따낼 수 있는 자본력으로 이어진다. 또 자기매매사업에서도 대형 투자거래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다.
이에 BNK금융지주는 자회사인 BNK투자증권의 유상증자에 꾸준히 자금을 넣어 BNK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을 늘리고 투자금융부문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BNK금융지주는 BNK투자증권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BNK투자증권은 2018년 2천억 원가량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이를 통해 2천억 원대였던 자본은 4천억 원대로 커졌다.
2020년 3월 약 2년 만에 1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8월까지 1천억 원 가량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김 사장으로서는 모그룹의 자금지원에 힘입어 BNK투자증권의 투자금융부문 역량을 키우는 데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셈이다.
BNK투자증권은 2017년에 순이익 19억 원을 내는데 그쳤지만 2018년 114억 원, 210억 원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2020년 상반기에는 순이익 225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2% 증가했다.
증권업계에서는 BNK투자증권의 가파른 순이익 증가세를 놓고 투자금융부문을 키운 성과라는 말도 나온다.
비은행부문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한 BNK금융지주로서는 BNK투자증권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연이어 유상증자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김 사장은 2019년 11월 BNK투자증권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는 대표이사 취임식에서 “BNK투자증권을 자기자본 1조 원, 순이익 1천억 원의 우량 증권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 사장은 30년 넘게 증권업계에 몸담은 전문가로 꼽힌다.
현대증권에서 영업본부장과 경영지원본부장, 리테일 및 자산관리부문 총괄전무, 경영서비스 총괄임원 등을 거쳤으며 KB증권에서는 경영관리부문 부사장까지 오르는 등 증권사에서 다양한 직무경험을 쌓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