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머티리얼즈가 말레이시아 일렉포일(동박)공장의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박은 리튬이온배터리 등 2차전치의 핵심소재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회사인 일진머티리얼즈가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갈수록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진머티리얼즈, 배터리소재 경쟁력 지키기 위해 말레이시아 공장 키워

▲ 주재환(왼쪽)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공동대표이사.


일진머티리얼즈는 원가 경쟁력이 강력한 말레이시아 공장을 발판삼아 시장에서 입지를 지켜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해보면 일진머티리얼즈가 말레이시아 일렉포일공장의 증설을 계획보다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021년 6월까지 말레이시아 공장을 2만 톤 증설하기 위해 3천억 원을 투자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017년 처음 말레이시아에 1만 톤 규모의 일렉포일공장을 짓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장기적으로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능력을 10만 톤까지 늘리기 위해 연 1만 톤씩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었다.

주민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일진머티리얼즈의 말레이시아 일렉포일공장 증설은 기존 전략의 일환이지만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며 “동박 수요가 최초 계획을 세울 때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일진머티리얼즈가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하는 일렉포일은 전기차배터리용 동박인 ‘I2B’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글로벌시장 조사기관 TSR, 일본 후지경제연구소,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의 자료를 종합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글로벌 리튬이온배터리시장은 2021년 252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 1033GWh까지 급증한다.

전기차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전기차배터리로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는 것이다.

배터리 수요 증가는 곧 배터리소재의 수요 증가이기도 하다. 일진머티리얼즈도 이런 시장흐름에 발맞춰 일렉포일 생산능력을 애초 계획보다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이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전기료와 인건비가 국내보다 30%가량 저렴하다. 일진머티리얼즈가 국내에 1만6천 톤 규모의 일렉포일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말레이시아 공장의 증설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2차전지용 동박을 생산한 회사다. 한때 글로벌 동박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SK넥실리스(옛 KCFT)에 글로벌 점유율 1위를 내줬으며 헝가리에 공장을 짓고 유럽 고객사들을 직접 공략하는 두산솔루스의 추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배터리소재회사들이 동박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고려아연이 동박을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2022년 10월까지 1만3천 톤 규모의 동박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일진머티리얼즈도 유럽 현지 고객사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앞서 6월 헝가리의 일렉포일 슬리팅(후공정)공장을 1만 톤 증설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모두 자금력 측면에서 우월한 대기업들이며 공격적으로 증설에 나서고 있어 일진머티리얼즈가 언제까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예상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말레이시아 공장의 저렴한 생산비용은 일진머티리얼즈가 일렉포일 가격을 낮게 잡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일진머티리얼즈가 말레이시아 공장의 증설을 계획보다 빠르게 추진하는 것은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날로 경쟁이 심화하는 동박시장에서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입지를 지키기 위한 전략이기도 한 셈이다.

아직 일진머티리얼즈는 동박시장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

이에 앞서 6월 4천억 원 규모의 일렉포일을 2025년까지 배터리 제조사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경영상 비밀유지조건을 들어 계약 상대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배터리업계에서는 일진머티리얼즈가 기존 최대 고객사인 LG화학과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것으로 본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진머티리얼즈의 일렉포일 장기 공급계약은 시장의 경쟁 심화나 주요 고객사에 대응하기 위한 공장의 부재 등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수익성 높은 말레이시아 공장의 가동률을 끌어올린다면 시장 입지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