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삼성전자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삼성 스마트폰에 점점 더 많은 외부 서비스가 적용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5월 말부터 미국에서 스마트폰 ‘갤럭시S20’과 사무용 프로그램 ‘마이크로소프트365’를 결합한 구독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구독서비스에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서비스 ‘원드라이브’ 용량 1TB 제공이 포함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클라우드서비스 ‘삼성클라우드’를 운영하는데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비스를 빌리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로소프트가 2019년 8월 발표한 협력방안에 바탕을 둔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삼성전자는 ‘갤럭시S10’부터 스마트폰 자료를 원드라이브와 동기화하는 방안을 내놨고 이후 삼성클라우드와 원드라이브를 점진적으로 통합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콘텐츠서비스에서도 삼성전자와 외부기업의 협력이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스마트폰 ‘갤럭시S20’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을 발표했다.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한 온라인동영상(OTT) 콘텐츠 일부를 ‘빅스비’, ‘삼성데일리’, ‘파인더’ 등 삼성전자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갤럭시S20 시리즈에 독점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갤럭시S20에 클라우드 게임 ‘포르자 스트리트’를 지원한다. 단순히 일회성 게임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엑스클라우드’가 조만간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엑스클라우드는 마이크로소프트 게임기 ‘엑스박스’용으로 출시된 게임을 모바일기기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마이크로소프트 관계자는 기술매체 더버지를 통해 “엑스클라우드 사전 테스트에서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며 “삼성전자와 긴밀히 협력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외부 서비스를 모바일에 적극 도입하는 이유는 기존에 자체 서비스를 제공했다가 기대에 못미쳤던 사례가 많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전자책서비스 ‘삼성북스’, 음악 스트리밍서비스 ‘밀크뮤직(삼성뮤직)’, 가상현실(VR)서비스 ‘삼성XR’, 메신저서비스 ‘챗온’, 결제서비스 ‘삼성페이’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놨다. 하지만 대부분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삼성북스와 챗온은 여러 해 전 서비스가 끝났고 삼성XR은 9월 종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뮤직은 2019년 11월 자체 온라인 서비스를 마친 뒤 국내 음악 플랫폼 ‘멜론’과 연계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성과가 미진한 자체서비스 대신 이미 잘 하고 있는 하드웨어 쪽에 역량을 투자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사장은 2월 신제품 공개행사 ‘갤럭시언팩2020’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페이 등 삼성이 잘하고 있는 분야는 계속 투자하겠지만 그렇지 않는 분야에 관해서는 글로벌 플레이어와 전략적으로 협업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