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온라인 동영상(OTT)서비스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기까지 갈 길이 멀다.

야심차게 서비스 플랫폼을 출범했지만 넷플릭스 등 기존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확보라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천하의 애플도 온라인 동영상에서는 강자 넷플릭스 추격 간단치 않다

▲ 팀 쿡 애플 CEO.


21일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애플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애플TV플러스’는 동종업계 주요 기업들과 비교해 콘텐츠 쪽에서 밀리는 것으로 평가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TV플러스는 넷플릭스나 아마존의 ‘프라임비디오’, ‘디즈니플러스’, ‘훌루’, ‘HBO맥스’ 등보다 저렴하지만 훨씬 적은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전문 검색엔진 ‘릴굿’을 기반으로 6월 둘째 주 기준 각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분석했다. 

먼저 영화에서는 프라임비디오가 1만2828편, 넷플릭스가 3781편, HBO맥스가 1735편, 디즈니플러스가 615편을 제공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애플TV플러스는 고작 5편에 불과했다.

TV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프라임비디오와 넷플릭스가 각각 2220편과 1940편을 제공했고 디즈니플러스에서는 235편 시청이 가능했다. 애플TV플러스는 22편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

애플TV플러스가 2019년 11월 출범한 신생 서비스라는 점을 고려해도 콘텐츠 양이 지나치게 적다는 말이 나온다. 비슷한 시기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플러스는 애플TV플러스보다 몇 배나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이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이미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을 선점한 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충분한 콘텐츠를 확보할 필요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1위 온라인 동영상서비스기업 넷플릭스는 1분기 기준 서비스 가입자 1억820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2013년 1분기에 가입자가 3400만 명이었는데 7년 만에 5배 이상 늘린 것이다.

외국언론에서는 넷플릭스의 이런 성장이 막대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본다.

경제매체 바론은 투자은행 RBC캐피탈마켓 보고서를 인용해 “넷플릭스는 올해 130개에 이르는 자체 프로그램을 18개 언어로 출시할 것”이라며 “넷플릭스가 국제적으로 확산하고 여러 해에 걸쳐 성장한 데는 이런 투자가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아마존도 프라임서비스 콘텐츠 확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영국 로이터에 따르면 아마존은 소설 ‘반지의 제왕’을 TV시리즈로 만들기 위해 판권을 사들이는 데 2억5천만 달러를 들였다. 반지의 제왕 TV시리즈는 제작비 15억 달러가 투입돼 2021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애플이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국 블룸버그는 애플이 최근 할리우드를 통해 영화와 드라마 등 애플TV플러스를 위한 콘텐츠를 다량으로 매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애플은 이름 있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손잡고 만든 자체 프로그램 ‘어메이징 스토리’,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협업한 TV프로그램 ‘오프라의 책 클럽’ 등을 최근 선보이기도 했다. 애플TV플러스의 자체 콘텐츠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이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애플TV플러스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앞으로 애플의 서비스 매출 성장세가 달라질 수 있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 매출이 둔화한 대신 서비스 매출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를 보인다.

2019년 4분기 애플 실적을 보면 아이폰 매출은 259억9천만 달러로 2018년 같은 기간보다 12%가량 감소했다. 반면 애플TV플러스와 음악서비스 ‘애플뮤직’ 등으로 구성된 서비스 관련 매출은 2018년 4분기보다 13%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인 115억 달러에 이르렀다.

특히 코로나19로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등 집안에서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플TV플러스의 성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컨설팅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20%가량 늘어나 1100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