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현대미포조선에 따르면 독일 선사 베른하르트슐테(Bernhard Schulte)와 손을 맞잡고 네덜란드 로열더치쉘(쉘)과 프랑스 토탈이 발주를 준비 중인 LNG 해상급유선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6일 토탈의 LNG 해상급유선을 일본 MOL(미쓰이OSK해운)과 중국 후동중화조선 컨소시엄에 내준 만큼 쉘의 LNG 해상급유선 수주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사장은 LNG 해상급유선뿐만 아니라 소형 LNG운반선의 수주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현재 발주가 논의되는 LNG 해상급유선과 소형 LNG운반선의 수주전에는 모두 참전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 선박의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 사장의 이런 수주전략은 ‘반복건조 효과’를 거스른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조선사들은 같은 종류의 선박을 반복해서 건조해 장비 조정비용이나 설계비용 등을 줄이는 것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린다.
현대미포조선은 MR탱커와 소형 컨테이너선을 주력으로 건조하는데 지난 2006년 이들 두 종류의 선박만을 집중 건조해 영업이익률 20% 수준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다양한 선박을 건조하고 있는 올해 영업이익률은 5%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신 사장이 LNG 해상급유선과 소형 LNG운반선을 수주해 선박 종류를 늘리려는 것은 LNG추진선의 발주 증가세에 따라 파생되는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선박연료유의 황산화물 함량을 규제하는 IMO2020 규제를 실시한다.
그런데 증권가에서는 선주사들의 시선이 이미 IMO2020을 넘어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인 IMO2050을 향해 있다고 바라본다. 국제해사기구는 2050년부터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보다 70% 감축하는 규제를 시행한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건조되는 선박의 연령이 25년임을 감안하면 5년 뒤 선주사들은 IMO2050규제를 염두에 두고 선박을 발주할 것”이라며 “앞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LNG추진선이 글로벌 표준선박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NG추진선이 늘면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한 LNG 해상급유선이 늘어나고 LNG 해상급유선의 LNG 보유량을 유지하기 위해 소형 LNG운반선의 수요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시장 분석기관 테크내비오(TechNavio)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LNG 해상급유시장이 연평균 23%씩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 사장은 LNG추진선 증가세가 불러올 이런 인프라 확장을 현대미포조선의 새로운 성장기회로 삼으려 하는 것이다.
▲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LNG해상급유선(LNG벙커링선). <현대미포조선>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MR탱커와 소형 컨테이너선을 주력으로 건조한다는 기존 전략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 장기간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선박 종류의 건조 경쟁력을 갖춰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조선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MR탱커와 소형 컨테이너선 등 기존 현대미포조선이 집중하던 선박의 수주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도 신 사장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분석된다.
양쯔장조선소 등 중국의 중형선박 조선사들은 이미 현대미포조선의 수주가격대인 3500만~3600만 달러보다 낮은 3200만~3300만 달러에 MR탱커를 수주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중국 1, 2위 조선그룹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와 중국선박중공집단(CSIC)가 합병을 통해 중국조선집단(CSGC)로 출범했는데 조선업계에서는 이 합병으로 중국 조선사들의 수주 영업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바라본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중국 조선사들이 기존의 일반화물선(벌커)을 넘어 액체화물운반선(탱커) 수주시장으로 진입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한국 조선사들은 대체로 중국 조선사들보다 기술력이 뛰어난 만큼 이를 앞세워 LNG와 관련한 고부가선박에서 경쟁우위를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