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
그는 시애틀의 작은 커피가맹점 스타벅스를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전문점으로 키워냈다. 기업인으로서 정치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는데 정치계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슐츠 전 회장은 무소속으로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슐츠 전 회장은 회고록을 내고 28일부터 전국을 돌며 북콘서트 투어를 한다.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슐츠 전 회장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고 2016년 대선 때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뒤 이민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높였으며 2018년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가 인종차별 문제에 책임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슐츠 전 회장의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로 꼽혀왔다.
슐츠 전 회장은 1953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그는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미식축구 특기생으로 주립대인 노던미시간대학교를 들어갔는데 그의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간 사람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제록스와 햄머플래스트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중 햄머플래스트로부터 대량으로 커피메이커를 주문한 시애틀의 작은 프랜차이즈 스타벅스를 접하게 됐다.
스타벅스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 보고 1982년 마케팅 이사로 스타벅스에 입사했다. 그러나 스타벅스의 창업자들과 뜻이 맞지 않아 1985년 갈라서 ‘일 지오날레’라는 커피 프랜차이즈를 창업했다.
1987년 스타벅스 창업자들이 원두 판매사업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스타벅스에서 손을 떼자 슐츠 전 회장은 스타벅스를 인수했다. 그는 일 지오날레 매장을 스타벅스로 모두 바꾸고 공격적 사업 확장에 나섰다.
1992년 스타벅스는 나스닥에 상장했는데 당시만 해도 미국에만 매장이 165개, 매출은 93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8년 세계 매장 2만 8천개, 매출 247억 달러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스타벅스 지분 3%를 들고 있는 슐츠 전 회장의 재산은 33억 달러에 이른다.
슐층 전 회장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닌 공간과 경험을 파는 곳으로 스타벅스를 정의했다. 또 직원들 모두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고 스톡옵션을 분배하는 등 사람 중심의 경영을 했다. 이런 경영철학이 스타벅스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많다.
그는 인종차별, 성소수자, 참전용사, 총기폭력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꾸준한 관심을 나타내 왔다. 2018년 6월 스타벅스 회장에서 물러날 때 정치 참여 가능성이 제기됐던 이유다.
슐츠 전 회장은 회장에서 물러나며 “미국내 분열이 커지고 세계적 입지가 좁아지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당분간 자선재단을 운영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책을 쓸 계획이지만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역사상 초기 농장 대지주들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기업인 출신 대통령은 31대 허버트 후버 대통령과 제45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후버 전 대통령은 광산사업, 트럼프 대통령은 부동산사업을 했다.
두 사람은 모두 공화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민주당 성향인 슐츠 전 회장의 출마 여부가 더욱 관심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후버 전 대통령은 대공황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평가가 좋지 않아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금방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특히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 소속으로는 더 쉽지 않다. 슐츠 전 회장이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CNN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인 출신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3% 지지율에 그쳤다. 톰 스타이어와 앤드루 양 등 다른 기업인 출신 후보들은 0%대 지지율이다.
민주당 제휴 여론기관인 데모크라시 코의 조사에서 슐츠 전 회장의 지지율은 2%를 나타냈다.
슐츠 전 회장이 독자적으로 대선행보를 걷는다면 민주당의 견제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소속의 티나 포들로도프스키 워싱턴주 의장은 18일 성명을 내고 “슐츠 전 회장에게 두 마디만 하겠다”며 “하지 말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