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8-10-31 17: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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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해연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이사가 31일 서울 현대백화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황해연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이사는 수십 명의 기자들과 일일이 명함을 교환하고 인사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을 잘 부탁한다고 했다. 표정에서 긴장이 묻어났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면세점사업을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한 만큼 황 대표가 느끼는 책임감은 가벼울 수 없다.
황 대표는 31일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와 연계한 프로모션 등을 진행한다면 2020년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면세점사업자에게 매출 1조 원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전국에서 매출 1조 원을 달성한 면세점은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신라면세점 장충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등 3곳 뿐이다.
매출 1조 원은 시내면세점사업자로서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이다. 황 대표가 이런 목표를 2년 안에 이뤄내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시장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내 시내면세점은 그동안 중국인 단체 관광객 덕분에 급성장했다. 하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이 불거져 한국과 중국 관계가 나빠지면서 중국 정부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한국에 가지 못하도록 발을 묶었다. 중국 정부가 이런 규제를 최근 완화하고 있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정부는 한국 면세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따이공(중국 보따리상)을 규제하기 위해 2019년부터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이렇게 되면 따이공의 한국 면세점 수요가 위축될 수도 있다고 증권업계는 입을 모은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은 개장을 앞두고 3대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를 유치하지 못했다. 명품 브랜드회사들이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을 이유로 신규 면세점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졌다고 바라봤기 때문이다.
이 3대 명품 브랜드는 제품 단가가 높고 모객 효과가 커 면세점사업자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여겨지는데 이를 놓친 것이다.
황 대표는 어깨가 무겁다.
황 대표는 현대백화점 부사장으로서 미래사업본부를 이끄는 본부장도 맡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새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동시에 현대백화점면세점을 미래 먹거리로 키워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 내부 모습.
그룹 내에서도 손꼽히는 영업전문가로 꼽히는데 지난해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이사에 올라 실무를 도맡아 진행해왔다.
황 대표는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중국인 단체관광객이나 따이공이 아닌 개별 관광객, 내국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공략한다.
그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명품 브랜드들이 신규 면세점에 입점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지만 현대백화점의 지원을 받아 빠른 시간 안에 3대 명품 브랜드를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따이공의 영향력을 놓치고 갈 수는 없지만 강남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개별 관광객, 내국인을 유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이공과 중국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힘을 쓰면 이른 시일 안에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여행사에 지불하는 송객 수수료가 늘어나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이 약해질 수 있다.
단기적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개별 관광객과 내국인 사이에 시장지배력을 높여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의 입지조건이 좋다는 점도 다른 시내면세점과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다. 출국 서비스를 편리하게 받을 수 있는 도심공항터미널과 한류 콘텐츠 복합문화공간인 SM타운, 카지노 등이 있는 코엑스단지와 인접해 있다.
지하철 2호선과 9호선, 버스노선 39개, 공항 리무진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편리하다. 코엑스 일대에 현대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등이 들어서는 점도 현대백화점면세점 무역센터점에 호재다.
황 대표는 지리적 이점을 살리고 현대백화점그룹과 연계해 프로모션을 진행하면 매출 1조 원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다른 시내면세점과 달리 메이크업 스튜디오 등 체험형 매장을 많이 꾸렸다는 것도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무역센터점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이를 발판삼아 삼아 면세점사업을 계속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무역센터점을 성공적으로 키우는 데 힘을 쏟은 뒤 특허권 추가 획득을 통해 시장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며 “인천공항점 사업권 획득에 주력하면서 해외 면세점까지 확대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도 현대백화점면세점에 주목하고 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 주가는 백화점사업보다 면세점 실적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면세점사업이 단기 실적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와 성장성이 좋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이 현대백화점그룹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잣대가 된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