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미국 대표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에 지분 투자를 검토하면서 이에 따른 사업 확대 기대감도 퍼지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에 대한 지분투자가 현실화되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 이후 두 건설사가 함께 해외 대형원전 시장에서 추가 사업 기회를 찾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두 건설사의 원전 사업 전략에 차이가 있었던 만큼 지분 투자를 둔 셈법도 다를 것으로 보인다.

▲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미국 대표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에 지분 투자를 검토하면서 이에 따른 사업 확대 기대감도 퍼지고 있다. 사진은 웨스팅하우스가 지은 미국 조지아주 원전. <조지아파워>


15일 건설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SK그룹을 비롯해 국내 양대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이 대미투자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웨스팅하우스에 대한 지분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렇게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한국과 미국 사이에 이뤄진 투자 합의가 있다.

10월 초 공개된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에 따르면 대미투자펀드에서 1200억 달러(약 162조 원)는 미국 내 대형원전 8기를 조성하는데 쓰인다. 또한 민간 기업이 이룬 컨소시엄은 미국의 원전 설계·기술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모두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와 관련한 비즈니스포스트 질의에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두 건설사가 실제로 웨스팅하우스에 지분을 투자하면 원전 설계·조달·시공(EPC)에서 입지를 다지는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웨스팅하우스가 전세계 원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의 원전 설계·기술기업으로 세계 최초 상업용 가압 경수로형 원자력 발전소를 시작으로 전세계에 이제까지 약 210호기의 원전 공급을 맡았다.

국내 첫 원전인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도 1978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을 바탕으로 지어졌다. 다만 원자로 설계와 개발 및 엔지니어링 등을 담당하지만 건설 서비스는 직접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두 건설사가 웨스팅하우스 지분투자에 고려하는 요인이나 기대 효과는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사업을 둔 전략 차이가 존재했고 이에 따라 웨스팅하우스와 기존 협력관계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가운데서도 대형 원전 EPC 이력을 가장 많이 쌓은 곳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웨스팅하우스와도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2022년 윤영준 전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웨스팅하우스와 대형원전(노형 AP1000)의 글로벌 사업 공동참여를 위한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프로젝트별 계약을 통한 차세대 원전사업의 상호 독점적 협력 및 EPC 분야 우선 참여 협상권 등을 확보했다. 현재까지 이같은 협약을 맺은 곳은 국내 건설사 가운데 현대건설이 유일하다.

이후 현대건설은 웨스팅하우스와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7·8호기 등을 함께 추진하는 등 성과를 냈고 지난해 11월에는 마이클 쿤 웨스팅하우스 부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핀란드와 스웨덴, 네덜란드 등 이외 지역에서도 합동 심포지엄을 열고 원전 사업 영토를 공동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만큼 증권업계에서도 대미투자로 대형원전이 추진되는 것을 두고 국내 건설사 가운데서도 현대건설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미국에 짓기로 한 대형원전 8기 가운데 2기만이 한국형인 APR1400이며 나머지 6기는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이기 때문이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APR1400에서는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을 필두로 하는 ‘팀 코리아’ 가치사슬 전반의 사업기회를 기대할 수 있다”며 “AP1000에서는 웨스팅하우스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 현대건설의 EPC 참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 UAE 바라카원전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컨소시엄을 이뤄 지었다. 국내 건설사가 처음으로 대형원전을 해외에서 시공한 이력으로 두 건설사 모두에게 대표 포트폴리오로 자리잡았다. 사진은 바라카 원전. <현대건설>


삼성물산은 대형원전 시공 이력은 갖추고 있지만 현대건설처럼 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한 이력은 없다. 그만큼 이번 지분투자로 대형원전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국내에서는 울진 5·6호기와 신월성 1·2호기, 해외에서는 UAE 바라카 원전 시공을 맡았다. 다만 이들 사업에는 모두 한국형인 OPR1000과 APR1400이 적용돼 웨스팅하우스의 대표 노형이자 이번 대미투자로 지어지는 AP1000은 쓰이지 않았다.

웨스팅하우스와 협력 관계가 삼성물산의 원전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삼성물산의 최근 5년 협력사를 보면 미국 카이로스와 GVH, 뉴스케일 등으로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을 보유한 곳들이 주를 이뤘다.

현재 민간 기업 컨소시엄은 최대 4조 원 가량을 웨스팅하우스 지분을 획득하는 데 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론 검토 단계인 만큼 향후 실적에 영향을 끼치는 EPC계약이 어느 건설사에게 돌아가느냐까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투자순서나 지분투자의 이점 등을 고려하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모두 다른 건설사 대비 우위를 점하는 계기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대미투자로 지어지는 원전 8기는 웨스팅하우스의 AP1000부터 지어진다. AP1000(2기)와 APR1400·AP1000(각 2기), AP1000(2기) 순으로 추진된다.

건설업계 전반적으로는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원전사업을 펼치는 데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이 걸림돌로 작용한 이력도 있는 만큼 이번 지분 투자가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은 한국 원전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해 왔다. 지난해 체코 두코바니 원전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대우건설이 참여하고 한국수력원자력이 주도한 ‘팀 코리아’가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겪은 일이 대표적이다.

산업부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기업이 주도해 AP1000 건설을 성공으로 이끌면 웨스팅하우스와 향후 유럽 등 제3국 시장 공동진출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AP1000의 공급망에도 국내 기업의 참여가 확대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김환 기자